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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애플이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했다’라는 판결은 지난 2011년 4월 시작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양측의 소송은 ‘공격 애플 방어 삼성전자’ 분위기였다. 세상을 떠난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카피캣(Copy Cat)’ 발언과 삼성전자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 전략의 잔상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ITC의 결정은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해왔고 그럼에도 불구 자신의 특허권만 내세워왔다’는 이미지를 일반인에까지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잡스 사후 ‘역시 애플’이라는 이미지가 손상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애플도’라는 이미지를 소비자가 갖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1차 소송(C 11-1846) 1심 승리도 오는 8월1일(현지시각)로 예정된 애플 원고 ITC 최종판결에서 승리하더라도 덮을 수 없다. 애플로서는 자신의 공격이 먹히지 않는 것보다 뼈아프다.

ITC의 결정은 60일 이내 대통령 재가를 거쳐 확정된다. 미국 관세법 337조는 특허권을 침해한 제품의 미국 수입을 막고 있다. 이 때문에 ITC 결정은 기업 특허권 분쟁에서 중대한 방향타 역할을 했다. 이번 판결이 적용되는 애플 제품은 인텔 베이스밴드칩(통신칩)을 활용한 제품이다. 즉 AT&T에 공급하는 ▲아이폰3G ▲아이폰3GS ▲아이폰4 ▲아이패드1 ▲아이패드2가 해당된다.

애플은 앞으로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가. 전략의 방향은 이미지 타격 최소화 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취할 수 있는 최상책은 신제품 출시를 앞당기는 것이다. 특허소송 패배로 제품을 팔지 못하는 것이 아닌 애플 스스로 제품을 단종시키는 전략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가장 좋다.

애플은 신제품을 내놓으면 이전 세대 제품을 중저가로 전전세대 제품을 저가로 운영한다. 현재 애플의 제품 구성은 스마트폰의 경우 ‘아이폰4-아이폰4S-아이폰5’ 태블릿의 경우 ‘아이패드2-아이패드 레티나-아이패드 미니’로 짜여있다. 특허침해 수입금지 대상 5종 중 아이폰4와 아이패드2만 시장에 있는 셈이다. 신제품을 출시하면 자연스럽게 2개 제품을 제품군에서 제외할 수 있다. 신제품의 혁신성으로 소비자에게는 부정적 이미지를 덮고 시장에는 애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확신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60일 이내 가능한지다. 애플이 자체 생산을 하지 않는 것이 아쉽다. 애플은 그동안 회사의 성장과 함께 공급 차질 문제를 지속적으로 노출시켜왔다. 정해진 일정도 맞추지 못해온 상황에서 일정을 앞당기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애플의 신제품 주기는 빨라지기는 했지만 태블릿은 반기 1종 스마트폰은 1년 1종이다. 60일 이내 대응을 위해서는 지금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오는 10일(현지시각)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애플 개발자 행사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그 무엇을 공개해야 한다.

두 번째 선택은 ITC 판결을 거부해달라는 청원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표준특허권자로서 권리를 남용하고 있다는 것을 홍보하는 것도 병행할 확률이 높다.

표준특허는 필수특허다. 표준특허가 없으면 시장 진입이 불가능하다. 표준특허권자는 특허를 이용하고자 하는 편에 적절한 로열티를 받고 무조건 이용을 허락해야 한다. 이것이 ‘프랜드(FRAND)’ 조항이다. 분쟁은 ‘적절한 로열티’에서 발생한다. 삼성전자 원고인 ITC 소송은 적절한 로열티 합의를 이루지 못한 양측이 ‘로열티를 내지 않고 특허를 쓰니 특허침해’라는 편(삼성전자)과 ‘언젠가 로열티를 낼테니 프랜드 적용을 해야한다’는 편(애플)이 맞섰다.

ITC 최종판결 이전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ITC에 보낸 서한에서도 알 수 있듯 ‘표준특허를 침해했다고 상품의 판매금지까지 내리는 것이 타당한지’는 많은 논란이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업계의 특허소송은 특허 시스템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만 ITC 결정을 대통령이 뒤집은 것은 ITC 창설 이후 5번뿐이다.

세 번째는 협상이다. 애플은 여전히 삼성전자에 비해 미국에서의 소송 자체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1차 소송 1심은 배상액 감액이 있었지만 애플이 승리한 소송이다. 오는 8월1일(현지시각)로 예정된 애플 원고 ITC 최종판결도 있다. 삼성전자도 이 소송에서 지면 판매금지를 피할 수 없다. 이들을 지렛대로 이용해 애플이 최종 승리하는 모양새로 협상을 할 수 있다. 작년 11월 애플과 HTC의 합의가 좋은 예다. 애플과 HTC는 소송 중단과 10년 특허 크로스 라이센스를 체결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HTC와 달리 풍부한 자금력을 갖고 있는 점과 8월 ITC 결정에 영향을 받는 제품도 구형이라는 점 등으로 인해 애플이 원하는 방향과 수준의 협상을 할지가 변수다.

마지막은 끝까지 가는 것이다.
이리 된 마당에 특허로 처음에 노렸던 것, 즉 경쟁사 제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끝을 보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애플은 미국에서 삼성전자에 비해 유리하게 소송을 끌고가고 있다. 이번 판결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진다. 8월에는 애플이 원하는 판결이 나올 확률은 살아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2차 본안 소송(C 12-0630)은 내년에 진행된다. 여기서 이기면 된다. ‘애플은 혁신 삼성전자는 모방’이라는 이미지를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전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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