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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갤럭시(Pax Galaxy)’ 시대의 첫 탈락자 윤곽이 보인다. 지난 21일 정보기술(IT)전문지 더 버지(The Verge)에 흥미로운 기사가 올라왔다.

<관련기사: HTC in disarray: staff departures, 'disastrous' First, and production problems cloud company's future>

직원의 이탈과 신제품 실패로 HTC가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내용이다. HTC가 준비 중인 스마트폰 ‘원’에 일말의 희망이 있지만 사실상 쉽지 않아보인다는 전망까지. 기사는 상당히 신랄하다.

HTC는 대만 스마트폰 회사다. 애플 블랙베리와 함께 스마트폰 시대를 연 3총사로 불렸다. 2010년 2분기까지만 해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대표 주자였다. 2008년 9월 세계 최초 안드로이드폰 ‘넥서스원’을 출시하며 일약 스타 기업이 됐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금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판매회사가 된 삼성전자의 2008년 스마트폰 판매량은 600만대. HTC의 60%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상황은 급변했다. 삼성전자가 HTC의 분기 판매량을 역전한 것은 2010년 3분기.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2012년 HTC 스마트폰 공급량은 3080만대. 삼성전자의 14%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제조사가 분석한 HTC의 몰락 원인은 ‘삼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린 것’이다. 제조사의 1차 고객인 통신사와 관계 소홀 및 과도한 제품군 축소 그리고 이 제품 중 성공 사례가 없었던 것이 지금의 위기를 불렀다.

HTC는 애플처럼 글로벌 동일 모델 출시 전략을 가져가길 원했다. 제품군도 줄였다. 문제는 애플은 대안이 없었지만 HTC는 대안이 있었던 것. 애플에게 주도권을 내준 경험이 있던 통신사는 HTC의 대안으로 삼성전자를 선택했다. 시장에서 선택과 집중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HTC의 국내 철수 과정만 봐도 그렇다(관련기사: 재고·AS ‘나 몰라라’…HTC, 한국 철수 ‘먹튀’ 수순). 비단 휴대폰 사업이 아니더라도 이런 기업을 다시 사업 파트너로 삼기는 힘들다. 휴대폰은 예나 지금이나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일단 통신사에 공급이 확정돼야 소비자를 만날 수 있다.

비용절감과 수익 극대화면에서 제품군 축소는 나쁜 전략은 아니다. 다만 이 전략의 성공은 꾸준히 대량 판매 제품을 배출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HTC는 2010년 ‘디자이어’를 마지막으로 뚜렷한 대표작을 시장에 각인시키는데 실패했다. 태블릿도 성과가 없었다. 그 사이 삼성전자의 ‘갤럭시S2’와 ‘갤럭시S3’가 대박이 났다. 안드로이드폰 대표는 삼성전자로 바뀌었다. 페이스북의 대표를 노렸지만 페이스북은 전용 폰 대신 런처 전략을 들고 나왔다. HTC가 출시한 페이스북폰 ‘퍼스트’는 더 버지의 평가처럼 또 하나의 실패작에 불과하다.

HTC가 절치 부심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지난 2월 선보인 원은 여전히 세계 시장에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알루미늄 일체형 몸체 등 나름 혁신적 소재와 기능을 담았지만 양산에 장애가 됐다. 아무리 시제품이 좋아도 적기에 팔지 못하는 제품은 소용없다. 이제 삼성전자는커녕 LG전자 소니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 등 고만고만한 회사끼리 경쟁도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인재가 남아있다면 재기의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HTC에게 나쁜 상황이다. 최고제품책임자(CPO) 코우지 코데라가 지난 주 회사를 떠났다. 지난 3개월 간 HTC는 초고속 성장을 이끌었던 많은 인재를 잃었다.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제품전략 등 회사 주요 전략을 총괄하던 이들이 이탈했다. 대체 인력은 불확실하다.

HTC는 팍스 갤럭시 시대의 첫 탈락자가 될 것인가. 상당히 유력하다. SA는 지난 1분기 전 세계에 팔린 스마트폰 10대 중 6대는 삼성전자 2대는 애플이라고 집계했다. 2대를 놓고 싸우기는 업체가 너무 많다. 업체가 많다는 것은 소비자 선택 폭도 넓다는 것. 여기에 유통의 도움을 받기도 확실한 히든카드도 없는 HTC가 버틸 가능성은 매우 낮다. HTC의 암울한 현실은 삼성전자와 애플 외 제조사도 살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으로써는 어떤 식으로든 생존을 이어가는 업체가 경쟁력 있는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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