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혁신: 명사.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네이버 사전)

혁신은 양날의 검이다. 혁신 이미지는 브랜드 가치 상승과 직결된다. 혁신에 대한 평가는 뚜껑을 열기 전 알 수 없다. 업체가 생각했던 혁신과 시장이 생각했던 혁신의 수위가 다를 경우 혁신에 대한 찬사보다 실망이 여론을 지배한다. 기대치는 올라갔고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스마트 기기의 운영체제(OS) 하드웨어 디자인이 비슷해진 상황은 제조사가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한 것이 무엇인지’를 시장에 보여주기 쉽지 않아진 상황에 봉착했다는 것을 뜻한다. 세계 1위와 2위 스마트폰 제조사도 비켜가기 어려운 과제다. 애플이 작년 ‘아이폰5’ 발표 당시 겪었던 논란은 삼성전자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S4’ 발표와 함께 혁신 유무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갤럭시S4가 혁신이 없었다는 지적은 대부분 하드웨어적인 면에 치중돼 있다. 애플의 아이폰5도 마찬가지다. 전작인 ‘갤럭시S3’와 ‘아이폰4S’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갤럭시S4도 아이폰5도 화면은 전작에 비해 커졌지만 한 손에 쥐기는 편해지고 무게는 가벼워졌다. 디자인은 제품의 아이덴티티다. 아이폰이 1개의 홈버튼이라는 공통점을 지니 듯 삼성전자는 원형의 외관을 지닌 ‘미니멀 오가닉’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깨지지 않거나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면 스마트폰을 별모양이나 삼각형으로 만들었다면 하드웨어 혁신을 원하는 이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었을까. 부품사의 진화 없이 제조사만의 하드웨어 혁신은 한계가 있다. 깨지지 않거나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는 아직 상용화에 시간이 걸리며 스마트폰을 별모양이나 삼각형으로 만드는 것은 실용적이지 않다.

사실 하드웨어 혁신의 벽에 부딪힌 애플도 삼성전자도 다른 방향에서 혁신을 시도했다. 두 회사의 혁신의 방향은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내부 경쟁력 강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상대방의 강점을 수용했다는 것도 같은 점이다.

<관련글: 혁신 없는 혁신 시작, 아이패드미니·4세대 아이패드 ‘이정표’>

혁신 없는 혁신의 시대를 맞아 예쁘고 쓰기 편한 제품을 잘 만들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애플이 대량생산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면 하드웨어만 잘 만들면 된다 생각했던 삼성전자는 사용자환경(UI)과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더 이상 OS와 통신사 생태계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누가 더 가치 있는 혁신을 하고 있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실패하는 쪽은 후발주자의 추격에 고전하게 될 것이라는 결론만은 불을 보듯 뻔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갤럭시S4는 소비자를 향한 혁신보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혁신 및 사업 구조에 대한 혁신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는 2011년과 2012년 연간 스마트폰 최다 판매사다. 스마트폰 판매량 1위지만 브랜드 가치는 2위 애플의 절반 수준. 브랜드 가치평가 전문기관 브랜드파이낸스의  ‘2013년 통신 브랜드 상위 500위(Top 500 Telecom Brands 2013)’ 조사결과 애플은 브랜드가치 484억4600만달러로 1위 삼성전자는 237억4500만달러로 5위다. 브랜드 가치는 고객 충성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삼성전자의 세계 1위는 통신사와 구글의 도움이 컸다. 그 결과 하드웨어는 ‘삼성전자→통신사→고객’ 콘텐츠는 ‘삼성전자→구글→고객’이라는 통신사와 구글의 생태계 일부로 편입됐다. 이런 구조에서는 통신사나 구글이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제조사를 밀게 되면’이라는 위험요소가 상존한다. 하드웨어 사양과 안드로이드폰 최적화 능력이 비슷해져 통신사의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 제조사 인수 및 레퍼런스 단말기 다변화로 구글의 의중도 짐작키 어려워졌다.

브랜드 가치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아이폰을 사기 위해 통신사를 바꾸는 비중보다 갤럭시를 사기 위해 통신사를 바꾸는 비중이 낮는 점이다. 아이폰은 아이폰만의 생태계가 있지만 갤럭시는 안드로이드 생태계 속 안드로이드폰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경쟁력이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고 아직 통신사와 구글이 믿을 만한 대안이 없는 지금이 브랜드와 사업구조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삼성전자는 통신사와 구글 의존적 사업 구조를 혁신하기 위한 준비를 시장 1위에 처음 올라선 2012년부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 동일 명칭으로 갤럭시S 시리즈를 공급한 첫 주자 갤럭시S3가 주춧돌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갤럭시S4로 넘어오면서 최종소비자는 원했지만 1차 소비자(통신사)가 꺼려해 빠졌던 서비스가 대거 들어갔다. 대표적인 것인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와 콘텐츠 백화점 ‘삼성허브’다. 안드로이드 생태계 일원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카드는 OS 상관없이 삼성전자 단말기간 콘텐츠 공유를 지원하는 올쉐어프레임워크 기반 플랫폼과 사용자 오감을 이용해 스마트폰 조작이 가능한 사용자환경(UI)이다. 눈동자 음성 손짓 등 일부를 지원하는 제조사는 있어도 종합적인 기능을 구현한 것은 갤럭시S4뿐이다. 삼성전자 스마트TV 스마트폰 태블릿 PC 디지털카메라 클라우드서버까지 아우르는 하드웨어 생태계를 아우르는 플랫폼 전략과 삼성전자만의 UI는 하드웨어 재구매를 전체 스마트 기기로 확대할 수 있고 타이젠 OS 등 다른 OS로 넘어가더라도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보험 역할도 한다.

통신사 친화 정책에서 파생된 과다한 하드웨어 종류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엿보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3 이전까지 전체적인 브랜드는 갤럭시S 시리즈로 가져갔지만 각각 사양도 이름도 다른 스마트폰을 팔아왔다. 갤럭시S3부터 전 세계 동일 명칭을 썼지만 롱텀에볼루션(LTE) 모델은 국가별 통신사별 하드웨어적으로 다른 제품이었다. 갤럭시S4는 6개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를 수용하는 헥사밴드 LTE를 구현했다. 주파수분할LTE(FD-LTE)와 시분할LTE(TD-LTE) 등 2가지 LTE 기술 방식도 모두 지원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로밍이나 멀티캐리어(MC) 캐리어애그리게이션(CA) 등 보다 편한 LTE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삼성전자도 같은 제품을 여러 곳에 팔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편 삼성전자의 혁신은 성공할 수 있을까. 155여개국 327개 통신사가 유통하기로 결정한 점을 감안하면 통신사와 구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업 구조를 만드는 첫 단추는 잘 꿴 셈이다. 하지만 브랜드 가치 상승과 고객 충성도 향상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는 ‘갤럭시S5’가 나와야 검증이 가능한 문제다. 삼성전자의 이번 도전은 태블릿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애플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생태계는 제품끼리 판매를 견인하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

댓글 쓰기

저작권자 © 딜라이트닷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