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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이어 구글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번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3’에서는 구글이 주도하는 모바일 운영체제(OS)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 됐다. 하지만 통신사와 제조사의 접근법은 다르다. 구글에 대한 경계 강도는 통신사가 제조사보다 세다.

통신사가 구글을 손 보려는 이유는 여전히 자신들이 모바일 생태계 전부를 제어하려는 욕망을 버리지 못해서다. MWC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주관한다. 매년 모바일 환경을 통신사 주도로 바꿔보려는 목소리가 컸다.

글로벌 앱 도매장터(WAC) 통합커뮤니케이션도구(RCS) ‘조인’ 등 앱 마켓과 메신저를 되찾으려는 시도도 여기서 나왔다.  결과는 초라하다. GSMA는 올해 WAC 실패를 공식 선언했다. RCS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일부만 상용화 했고 상용화 성과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제일 많이 모았다는 SK텔레콤이 100만명이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업체 카카오의 카카오톡 사용자 10분의 1도 안 된다.

MWC 2013에서 새로 제기된 통신사의 탈안드로이드 전략은 두 가지다. 네트워크를 무기화 하는 한편 대항마를 키우는 것이다.

KT 이석채 대표의 기조연설이 이를 잘 대변한다. 이 대표는 “통신사 스스로 가상재화(Virtual Goods) 제작자 되거나 가상재화 유통사업자 돼야 한다”라며 “이 장터에서 사고 팔도록 하면서 사용료를 받자는 것”이라는 내용의 MWC 기조연설에 담았다. KT는 음악 콘텐츠 금융 등 모바일에서 진행될 수 있는 사업을 직접 해가고 있다. 문제는 망중립성과 진입장벽이다. 스마트 시대 전 서비스에 국한됐던 ‘월드 가든’을 스마트 시대 후 네트워크까지 확장해 ‘월드 가든’을 치는 셈이다.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통신사가 네트워크 우위를 바탕으로 주변 사업을 하면 주변 사업만 하는 곳은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네트워크 사용료를 내지 않는 서비스와 네트워크 사용료를 내는 서비스는 요금부터 다르다. KT는 이미 삼성전자 스마트TV에 대해 네트워크 사용료를 내라며 일방적으로 서비스 중단을 한 사례가 있다. 네트워크 투자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지만 네트워크 사용료는 이미 가입자에게 징수하고 있다는 것이 망중립성 찬성 쪽의 주장이다. 통신사는 사용자가 선택하지 않아도 단말기에 자기 서비스를 미리 탑재하는 방향으로 장벽을 친다. KT 음악 서비스 ‘지니’는 신규 가입자에게 3개월 유지 조건을 내건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맨 땅에서 다른 음악서비스와 경쟁하는 업체와 이렇게 출발한 서비스는 성장속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 증가를 바탕으로 자체 서비스를 하나씩 하나씩 안드로이드에 기본 적용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에 국한했던 콘텐츠는 음악 동영상 책 등 전 영역으로 확대한 상태다. 근거리무선통신(NFC)이나 전자지갑 등도 구글 표준을 넣는다. 메신저도 마찬가지다. 통신사는 구글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험은 애플로 충분하다. 애플의 힘을 빼기 위해 안드로이드를 택한 것처럼 제3의 OS를 육성해야 한다. 파이어폭스니 타이젠이니 우분투니는 중요치 않다. 견제의 도구만 있으면 된다. 그렇다고 이를 주도해 비용과 노력을 들여가며 키울 생각은 없다. 통신사는 생태계 꼭대기에만 있으면 된다. 이런 노력은 제조사 몫이다. 타이젠연합에 들어있던 텔레포니카가 파이어폭스로 넘어간 것도 SK텔레콤이나 KT나 새로운 OS를 원하지만 정작 단말기를 출시할 계획은 없는 것도 아직은 누가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를 낙점하는 과정이지 정말 그 OS가 필요해서가 아니다.

구글을 대하는 태도는 제조사의 경우 삼성전자와 삼성전자가 아닌 업체로 전략이 갈린다.

삼성전자는 이제 안드로이드 타이젠 등 OS 상관없는 체제를 구축했다. ‘올쉐어 프레임워크’ 기반 플랫폼이다. 이번 행사에서 발표한 가정용 클라우드센터 ‘홈싱크’로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삼성전자 어떤 기기에 정보가 있어도 유무선 네트워크에만 접속해 있으면 어떤 기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올쉐어 프레임워크는 ▲공통 ▲콘텐트 ▲클라우드 ▲컨버전스 ▲소셜 ▲광고 ▲상거래 ▲위치기반서비스(LBS) ▲게임 등 9개 서비스 플랫폼과 1개의 빅데이터로 구성했다. 개발자는 올쉐어 프레임워크에 맞게 서비스를 개발하면 삼성전자 전체 기기를 통해 사업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TV 휴대폰 스마트폰 세계 1위다.

OS와 관계없는 체제는 삼성전자가 유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안드로이드를 계속 할수도 타이젠을 할수도 있다. 파이어폭스로 가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안드로이드=갤럭시’인 상황에서 굳이 다른 길을 택할 필요가 없다. 타이젠은 구글에게 보여주기 위한 보험이다.

다른 제조사는 속내가 복잡하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어서 안드로이드에 전념하지만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를 넘기가 쉽지 않다. 파이어폭스 타이젠 우분투 심지어 윈도폰8까지도 새로운 OS에 뛰어들어 그 분야 1위가 돼도 안드로이드를 넘어설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생태계도 사실상 제조사가 만들어야 한다. 다 비용이다.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는 처지라 여유도 없다.

그나마 ▲성장세를 구가하는 중국업체(ZTE 화웨이) ▲관계사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업체(LG전자 소니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 모토로라모빌리티) 마지막 여력을 짜내는 업체(HTC NEC 후지쯔 파나소닉) 등이 각기 다른 방법으로 미래를 준비하지만 그 미래가 올 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래를 준비할 돈을 마련하려면 안드로이드를 잘 해야 한다. 다시 처음이다.

이번 MWC에서 ZTE TCL LG전자는 파이어폭스 화웨이는 타이젠에 가세했지만 안드로이드 기본이라는 정책이 변한 것은 아니다. 안드로이드 의존도 상승에 따르는 위험은 알지만 선택지가 없다. 삼성전자의 타이젠 보험과 차원이 다르다. 돈이 남아서 든 보험과 생활비를 쪼개서 든 보험은 계약 유지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생활비가 없는 곳은 힘들면 보험을 깬다. 계약을 유지했던 사람과 깼다가 들었다가를 반복하는 사람과는 비용도 보장액도 환급금도 다르다.

▲파이어폭스는 모질라재단 ▲타이젠은 일본과 한국 ▲우분투는 캐노니컬이 책임을 지거나 적극적이다. 오픈 소스 OS는 공개가 장점이지만 주인이 없으니 발전이 늦다는 것이 단점이다. 안드로이드는 오픈 소스 OS지만 구글이 발전을 책임졌다는 점이 오늘을 만들었다. 작년 OS 중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70% 이상이다. 통신사 제조사가 단합해 싸워도 쉽게 주도권을 잃을 점유율이 아니다. 단합해도 이길지 말지인데 통신사별 제조사별 이해관계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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