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5G 중대역을 놓고 대규모 주파수 경매를 연다. 고주파 대역 한계로 5G 가용성 문제에 직면한 미국 통신사들은 이번 주파수 경매를 통해 확보한 중대역으로 전국망 구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8일(현지시각)부터 위성용 C밴드 주파수 3.7~4.2GHz 대역 중 280MHz폭을 할당하는 주파수 경매를 실시한다.

 

이번 주파수 경매는 5G 중대역을 놓고 펼치는 미국 내 첫 번째 대규모 경매다. 이에 일각에서는 2015년 ‘AWS(어드밴스드 와이어리스 서비스)-3’ 경매 당시 450억달러를 넘어선 FCC 사상 최대 규모 경매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화로 55조원이 넘는 510억달러까지 점쳐지는 상황이다.

 

앞서, 미국은 소위 ‘진짜 5G’라고 말하는 24GHz 이상 고주파(mmWave, 밀리미터파) 대역을 먼저 할당했다. 지난해 1월 28GHz, 5월 24GHz, 올해 3월 37~39GHz 주파수 경매를 실시했고, 지난 7월 3.5GHz 중대역 경매 등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미국 통신사들은 가용성 문제에 직면했다. 고주파 대역은 직진성이 강해 전파도달거리가 짧다. 속도는 중대역보다 높지만, 기지국을 촘촘히 세우지 않으면 이용할 수 있는 범위는 좁을 수밖에 없다. 고주파 대역으로 전국망을 구축하기엔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

 

28GHz 초고주파 대역을 주력망으로 사용한 버라이즌은 영국 오픈시그널 조사결과 5G 다운로드 속도 506.1Mbps를 기록하며 전세계 1위에 올랐으나, 접속률은 0.5%에 불과해 5G 유효성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접속률 0.5%란 24시간 중 단 7.2분만 5G에 접속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상 일상생활에서 5G 서비스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600MHz를 주력망으로 삼은 T모바일이 버라이즌을 앞서는 5G 유효성 19.8%를 달성했다. 반면, 5G 다운로드 속도는 47Mbps로 꼴찌다. 이를 놓고 미국에서는 경쟁 통신사를 서로 헐뜯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 결과, T모바일은 600MHz 5G 서비스에 신뢰성이 높다고 광고할 수 없게 됐고, 버라이즌은 2.8GHz 전국망 서비스 광고문구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버라이즌은 중저대역 중심 5G 커버리지 전략 변화가 필요해졌다. 이에 이번 주파수 경매 때 가장 적극적으로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버라이즌은 미국 통신사 중 5G에 사용할 수 있는 중저대역 보유량이 가장 적기 때문에 이번 경매에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다.

 

AT&T와 T모바일, 디쉬네트워크, 컴캐스트?차터커뮤니케이션 등도 이번 주파수 경매에 도전장을 던졌다. 다만, T모바일은 스프린트와 합병으로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고, 이미 2.5GHz 중대역을 확보했기 때문에 100억달러(한화 약 10조원8460억원) 이상 지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C밴드 주파수 경매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가장 효율적으로 5G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188개 통신사가 C밴드 대역에 5G 사용면허를 취득하고, 90개 통신사가 망 구축에 나섰다.

 

한국은 처음부터 3.5GHz 중저대역 주파수를 활용해 전국망을 구축하고, 28GHz 고대역 주파수로 밀집지역 핫스팟?기업(B2B)용으로 이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은 2022년까지 3.5GHz 대역을 활용해 5G 전국망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미국 C밴드 주파수 경매는 내년 1월 종료될 전망이며, 이를 기점으로 미국 내 5G 투자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시장은 화웨이 진출이 어려운 만큼, 삼성전자를 비롯해 노키아와 에릭슨이 반등할 기회다. 특히, 삼성전자 버라이즌향 발주는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한다. 2025년말까지 8조원 통신장비 수주를 체결한 만큼, 향후 순차적으로 장비 발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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