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삼성전자가 5G 장비시장에서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반(反)화웨이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미국 중심으로 동맹국들이 연맹하면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화웨이를 배제하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에릭슨·노키아 중심으로 5G 장비사 체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은 미국과 강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국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파이브아이즈(Five Eyes alliance)’를 들 수 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기밀정보 공유동맹으로 뉴질랜드, 영국, 캐나다, 호주가 함께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현재 5G장비를 수출한 곳은 한국을 비롯해 파이브아이즈에 포함된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다. 영국도 삼성전자 장비 도입을 검토 중이다. 호주의 경우, 에릭슨?노키아를 채택하는 한편 화웨이 배제를 공식화했다. 삼성전자가 5G 장비를 공급한 일본도 미국과 강한 동맹을 맺고 있는 곳이다.

 

미국은 중국 기술굴기를 견제하는 동시에, 코로나19 책임론과 홍콩 국가보안법 등을 내세우며 중국을 크게 압박하고 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주요 동맹국에 과거보다 더 강한 어조로 이같은 행보에 함께 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화웨이를 이미 채택하고 있는 미국 동맹국도 5G 장비와 관련해 과거와 다른 결정을 내리고 있다.

 

캐나다 통신사 텔러스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삼성전자는 캐나다 통신사 텔러스의 5G 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 캐나다 비디오트론과도 5G장비사업 수주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이 주목받는 이유는 캐나다가 미국의 반화웨이 정책과 발맞춰 새롭게 장비사를 선정했다는 점 때문이다. 기존 텔러스는 중국 화웨이 장비를 채택해 왔는데, 5G 장비는 화웨이가 아닌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장비로 새롭게 구성하기로 한 것이다.

 

보통, 통신사는 5G를 구축할 때 LTE 장비사 라인업을 이어받는다. 기존 장비를 교체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한국 통신3사도 LTE 때와 동일한 장비사로 5G 상용화에 나선 바 있다. 그런데 텔러스는 이러한 리스크를 감당하고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화웨이 자리 일부를 대신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영국 통신사 또한 화웨이 장비를 이미 사용하고 있다. 영국 의회는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가 영국에서 금지될 경우 45억~68억파운드에 이르는 경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영국에게도 반화웨이 정책에 동참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영국은 화웨이 대신 삼성전자나 일본 NEC에서 5G 장비를 공급받는 방안을 함께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미국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등에 5G·4G 통신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파이브아이즈 중 한 곳인 뉴질랜드의 스파크를 비롯해, 일본 통신사 KDDI에서도 5G 장비 공급사로 삼성전자를 꼽았다.

 

한편, 미국의 반화웨이 정책에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만,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화웨이 반도체부문까지 제재하면서, 삼성전자는 주요사업인 반도체시장에서 글로벌 불확실성을 겪고 있다. 더군다나, 삼성전자 5대 고객사 중 한 곳이 화웨이였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경쟁사인 동시에 고객사라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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