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연말연시는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많은 시즌이다.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후부터 연말연시, 설날까지 이어지는 이 시기는 통신사 대목이다. 이에 통신3사는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펼치게 되고, 때에 따라 불법보조금이 난무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독 잠잠하다. 불법보조금은커녕 공시지원금 변동도 크지 않다. 2020년 5G 경쟁을 앞둔 폭풍전야인 걸까?

 

지난해 11월 번호이동건수는 56만5866건으로 2019년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불법 경쟁에 따른 결과로 보기 어렵다. 아이폰11 출시와 수능 등 계절적 요인에 따른 교체수요로 분석된다. 오히려 통신사가 주력하는 5G 가입자 순증폭은 줄어들고 가입자 증가율은 9.3%, 한 자릿수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11월 5G 가입자는 전월대비 37만2000명 증가한 435만5176명이다. 이후 12월 번호이동건수는 전월대비 10% 이상 감소한 50만6840건을 기록했다. 통신시장에 주목할 만한 보조금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다. 방통위는 이달까지 통신3사 등을 대상으로 단말기유통법 위반 관련 사실조사를 실시한다. 지난해 4월 5G 상용화 후 무차별적 지원금이 지급되면서, 일부에서는 5G 단말이 공짜폰을 넘어 마이너스폰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가 조사에 착수해 법위반 여부를 가려 제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5G 상용화 후 첫 제재인 만큼 본보기를 보일 가능성도 크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 조사 기간 또다시 통신3사 불법보조금 경쟁이 펼쳐진다면, 이는 가중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 방통위 처벌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통신3사 실적이다. 이미 통신3사는 2018년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2조원이 넘는 과도한 마케팅비용을 집행했다. 5G 망 구축을 위한 설비투자비(CAPEX)도 매 분기 2조원을 넘기는 등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통신3사는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모두 영업이익 하락을 기록했다. 자금이 부족한 만큼, 섣불리 경쟁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올해 초 통신3사는 다시 마케팅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방통위 제재가 끝난 후 통신3사는 2020년 5G 가입자 유치를 위해 전열을 정비하게 된다. 신규 5G 전략 스마트폰도 쏟아진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02’을 통해 갤럭시S20(가칭), 클램셸(조개껍질) 형태 폴더블폰을 공개할 예정이며 LG전자는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 ‘V60S 씽큐(가칭)’를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3월 KT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는 점도 통신3사 경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9년 4분기 통신 3사 마케팅비용 합계는 3분기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며 “올해 연초 통신시장은 경쟁이 다소 심화되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연말 5G 가입자 순증 폭이 둔화된 상황이라 통신사들이 재차 2020년 5G 가입자 목표 달성을 위한 연초 마케팅 드라이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6년 만에 KT CEO가 바뀌었다. 구조조정?비용절감을 통한 실적 개선보단 신사업 성장, 매출액 증대에 초점을 맞춘 경영 전략 설정이 예상돼 통신 3사간 경쟁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전망된다”며 “5G 가입자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시장 경쟁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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