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딜라이브 인수합병(M&A)을 포기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간 유료방송 규제개선방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국회가 파행되면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향방이 결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법안2소위를 열고 합산규제 재도입과 사후규제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또다시 결론을 한 달 후로 미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규제의 불확실성으로 KT가 딜라이브 인수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추측들이 나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KT가 딜라이브 인수 추진을 멈춘 상태지만 손을 털고 나간 것은 아니다. ‘딜(Deal)’은 아직 살아있다.

 

물론, KT의 딜라이브 인수 포기설이 나올 만한 분위기는 있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수는 없다. KT 측은 국회 관계자 등에 딜라이브 인수 포기를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유료방송 관련 토론회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모두 토론자로 참석했으나, KT만 제외됐다.

 

일몰된 합산규제가 부활하게 되면, KT는 사실상 유료방송 M&A에서 배제된다. 합산규제는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사업자가 특수 관계자인 타 유료방송 사업자를 합산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을 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 합산 점유율은 30.86%로, 딜라이브를 인수하게 되면 약 36%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 반면, LG유플러스와 CJ헬로 점유율을 합하면 24.43%,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점유율은 23.83%다.

 

일각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이 오히려 KT가 딜라이브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통해 티브로드를 기업결합하기로 결정하면서 KT 또한 유료방송시장에서 리더십을 놓치지 않기 위해 M&A를 적극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만약, 규제 불확실성이 없었다면 가입자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전에 돌입해 딜라이브를 인수했을 가능성도 크다. 그런데, 외부 요인으로 딜라이브와 협상기간이 늘어졌다.

 

딜라이브를 인수하면, 부채도 함께 떠안아야 한다는 리스크를 갖게 된다. 수년째 매물로 나왔지만, 여전히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관건은 가격이다. 가격도 초기에 비해서는 많이 낮아졌지만, 아직 KT가 만족할 정도의 금액은 아니라는 평가다. 의사결정이 미뤄질수록 다급한 쪽은 딜라이브다. KT가 가격 협상력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다.

 

딜라이브도 당장 급한 불은 꺼지고 있다. 이달까지 채권단에 갚아야 할 금액만 약 1조4000억원에 달하지만,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등이 리파이낸싱(자본재조달)을 추진키로 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채권만기와 관련해 다음 달 중순경 최종 연장여부가 정해진다. 주요 채권단이 만기연장에 동의했다.

 

이와 관련 전용주 딜라이브 사장은 지난 16일 “KT가 안된다면 M&A 논의는 한동안 연기될 수밖에 없다. 내년 상반기에나 다시 논의되지 않을까 싶다”며 “합산규제가 없어지면 M&A 시장이 보다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KT가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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