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지난 25일 ‘5G 커버리지맵’에 지역별 구축된 기지국 수와 제조사를 추가했다. 지역별, 제조사별로 개통 완료된 기지국 수를 모두 공개한 것은 국내 이동통신 역사상 처음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5G 품질 논란에 대한 책임을 제조사와 나누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

 

업계 관계자는 “민감한 때라 제조사가 좋아하지 않을 사안인데, 이렇게 했다는 것은 의도적인 부분이 있다”며 “KT가 5G 상용화 후 5G 및 LTE 가입자에게 품질 비난을 많이 받았는데, 제조사를 공개하면서 소비자에게 통신사 책임만 있는 게 아니라고 보여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기준 KT는 삼성전자 네트워크 장비를 통해 ▲서울 1만2273개 기지국 ▲수도권 8671개 ▲경남 3307개 ▲충남 1595개 ▲강원 374개를 구축했다. 충북과 경북은 에릭슨엘지 장비를 도입해 각각 290개, 1822개 기지국을 세웠다.

 

전남과 전북, 제주는 노키아와 삼성전자 장비가 혼재돼 있다. 각 기지국수는 ▲전남 1428개 ▲전북 426개 ▲제주 162개다. 노키아 장비 납품 일정이 미뤄지면서, 삼성전자 장비로 대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KT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노키아 장비를 사용한 LTE 지역에 삼성전자 5G 장비를 구축해 연동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KT 5G 약 90%가 삼성전자 제품으로 구성되게 됐다. 그렇다면, 이례적으로 KT가 제조사별 기지국 수를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5G 상용화 후 KT가 겪고 있는 상황을 살펴보자.

 

삼성전자 5G 스마트폰 ‘갤럭시S10 5G’ 개통 후 통신3사는 연일 품질 논란을 겪어왔다.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 모두 이러한 사태를 인지하고 품질 안정화를 꾀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5G 기지국이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5G를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이 많이 없고, 그마저도 속도저하를 느끼는 사용자가 많았다. 5G와 LTE 연동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더해 KT 사용자 사이에서 LTE 속도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기존 LTE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데, 갑자기 속도가 3G급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5G는 LTE와 함께 동작하기 때문에 최적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에 버그나 오류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며 “같은 장비라도 통신사 요구에 따라 각사에 도입되는 제품에 차이가 있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버전도 다르다. 기본적으로 안정화를 위해 1~2달의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품질 논란과 관련해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과 책임소재를 구분하기는 힘들다. 통신망, 제조사 장비, 소프트웨어 모두 문제 삼을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5G 상용화 초기인 만큼, 모든 부분이 완벽하지 않고 업데이트와 최적화를 거치며 안정화 단계로 들어서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부가 세계최초 5G를 강조하면서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긴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물론, 이 과정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비싼 단말과 요금제를 통해 5G 초기 단말을 구입했지만, 만족도는 기대 이하다 보니 모든 비난의 화살은 통신사에게 돌아갔다. 5G 통신품질의 최종 책임자는 통신사이기 때문이다.

 

속도저하에 대해 KT는 “제조사의 기지국 장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과정에 생긴 오류 문제라, 사실 억울한 부분도 있었다”며 “제조사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설치했는데, 뜻하지 않게 일부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고개에게 최종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통신사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통신사와 함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최적화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각각의 통신사에서 요구하는 사안을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5G 품질 논란 화살을 고스란히 받아온 KT가 5G 커버리지맵에 제조사를 추가하면서 소비자 불만을 이중으로 분산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게 된다. 5G 사용자가 품질 저하를 느껴 커버지리맵을 확인할 경우, 통신사뿐 아니라 제조사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커버리지맵에 제조사를 표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제조사 표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통신사는 제조사 상관없이 5G 품질을 동일하게 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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