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취업난에 시달리고 중소기업은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상한 취업박람회 모습이 연출됐다.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의 발길은 적고, 기업들의 구직열도 식은 현장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지난달 31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올해로 15회를 맞이한 ‘2018 상반기 정보보호 취업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넷맨, 롯데정보통신, 안랩, 윈스, 한국시스템보증, SK인포섹, 빗썸, 우아한형제들 등 3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날 오후 정보보호 취업박람회를 직접 방문해 보니, 방문객은 100여명도 안 돼 보였다. 예상보다 한산한 모습에 각 기업들 부스를 찾아 현장 분위기를 물어봤다. 역시나 “사람이 없다”라는 공통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정보보호 전문기업은 아니지만 정보보호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이번 행사에 참여한 한 기업 관계자는 “보안기업이 아니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전에 2명만 찾아왔다”며 “할 일이 없다”고 전했다.

 

보안기업들은 그나마 구직자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대표적인 보안기업인 안랩마저 오전에 20여명이 찾아왔을 뿐이다.

 

학생들의 발길이 적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들은 주최 측의 홍보 부족을 꼽았다. 기존에는 대규모 정보보호 행사와 연계해 취업박람회를 개최해 왔다. 정보보호의 날 행사에 함께 이뤄지는 취업박람회 등을 꼽을 수 있다. 사실, 지난해 11월에 판교에서 열린 정보보호 클러스터 개소식 때 함께 개최한 취업박람회 때도 접근성 문제 때문인지 사람이 적긴 했다. 

 

한 보안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과기정통부에서 전날 4차 공감을 개최하고 정보보호 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취업박람회를 보니 정부 관심이 너무 적고 홍보도 부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이전에는 대학 단위로 수업시간을 인정해주고 단체로 방문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학교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며 “취업지원을 담당하는 전담교수들이 취업박람회 행사에 자주 나타나는데 이번에 한 명도 보지 못 했으며, 이 정도면 몰라서 못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 공채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는 언급도 이어졌다. 아무래도 보안인력을 뽑는 곳들은 중소·중견기업이라, 학생들 입장에서는 대기업 공채를 우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보안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이전에 취업박람회를 채용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참가했는데 사람이 너무 없고 오전에 겨우 9명이 찾아왔다”며 “봄에 진행됐던 일부 대기업 공채가 미뤄져 학생들의 관심도가 떨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가 망하면 사람을 못 뽑은 이유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력채용이 쉽지 않다”며 “학교 단위보다는 개별로 이번 취업박람회에 오는 분위기며, 정보보호 취업박람회이다 보니 보안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주로 찾아오고 있다”고 부연했다.

 

신입·경력 사원을 채용하기 위해 찾아 왔다는 상당수 기업들도 열의가 없어 보였다. 직접 인사팀 관계자가 자리에서 참관객을 맞이하고 있는 곳은 윈스, 넷맨 등 손에 꼽혔다. 취업 대행 업체를 통해 이력서만 받는 보안기업도 있었다. 

 

인사팀이나 관련 사업부 직원이 아닌데 단순히 행사 지원을 위해 자리만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인사 및 해당 업무와 관련 없는 직원들이 회사 측의 요구로 자리에 앉아 참관객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보통 정보보호 취업박람회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신입직원 채용을 기대하고 온다. 보안업계는 경력직원을 선호하는 만큼, 경력이 있는 이들이 취업박람회까지 방문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일부 기업은 이번 취업박람회에서 경력사원을 찾는다며 재학생 위주라 채용하기 어렵겠다는 푸념을 하고 있었다. 사실상 형식적인 참가기업인 셈이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정보보호 취업박람회에 참가하는 기업들은 절박하거나, 위상 때문이거나, 아무것도 모르는 3곳으로 나뉜다”며 “인사 담당자들이 오지 않고 다른 부서에서 지원 나오는 경우도 일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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