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이 우리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당하다.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수출 포트폴리오가 기울어져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그동안 위기가 닥칠 때마다 업계, 학계, 정부에서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생태계를 꾸리자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원하는 만큼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각의 이해관계를 받아들이고 유연성 있는 조절이 필수적이다. 첨단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 계획을 살펴본다.

 

기사순서

① 허리가 중요…반·디 생태계 구축 현황은?

② 잘 나갈 때 필요한 ‘초격차’ 전략의 필요성

③ 中 굴기에 맞선 첨단산업…핵심은 산학협력

 

사상 최대의 호황을 기록하고 있는 반도체와 달리 디스플레이 업계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산업 모두 중국의 적극적인 굴기에 당면해 있으나 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공급과잉을 겪은지 오래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연구개발(R&D) 인프라는 물론 협력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5월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디스플레이 위크 2018’에서 중국은 176개의 논문을 제출했으나 채택된 것은 121개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128개 제출, 121개 채택으로 순도가 더 높았다.

 

얼마 전 부산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IMID) 2018’에서도 45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해 전체의 3분의 2를 넘어섰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기초는 학계에서 나오고 이를 구체화하는 것은 기업,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후방 생태계가 갖춰져 있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이 생태계의 활력이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전방산업의 포화로 인한 돌파구 마련 부족, 장비·재료 업계의 해외 진출, 상대적인 기초기술의 부족 등이 작용했다. 대기업 중심의 패널제조 역할만이 아니라 설비, 소재, 부품, 기초기술까지 산업 생태계 전반에 전방위적인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것. 산학연 협력 생태계를 통해 기초기술 역량을 높이고 전후방 업체의 상생협력을 강화, 디스플레이 산업의 토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반도체는 어떨까. 순환적 산학R&D 문화를 정착하고 대학의 고급 연구인력 양성을 위해 2013년부터 ‘미래반도체소자 원천기술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37건의 개발과제에 500명 이상의 연구원이 참가해 5년 동안 선순환적 R&D 생태계를 구축, 국내 반도체 산업의 2단계 도약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소자관련기술 설계자산IP) 획득, 전문 인력 채용, 산업과 연계된 미래의 R&D 주제에 대한 선정권, 투자기업 엔지니어에게 개발기술에 대한 모니터링과 방향설정권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테스트베드(평가팹) 마련도 눈여겨 봐야 한다. 미국 올버니 나노텍 연구단지(Albany Nanotech Complex, Albany), 벨기에 유럽 반도체 나노기술 연구소(IMEC)처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응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여기에는 중국의 추격을 직시하고 경쟁력을 인정하면서 따라올 수 없는 기술과 인프라를 구축을 통한 지속정상, 바꿔 말하면 ‘초격차’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그동안 기술개발 사업은 전자정보디바이스 재원을 바탕으로 이뤄졌으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성숙한 산업의 연구개발(R&D)을 민간분야로 이양하겠다고 밝히면서 신규 지원이 끊어졌다. 8410억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혁신공정 플랫폼 구축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사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정부에서도 이런 목소리를 반영해 최대한의 예산을 반영키로 했다.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첨단산업과 관련한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 정부가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고 있는 만큼 중국의 추격과 위협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1등, 혹은 알아서 잘 하리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민관협치를 통해 위기를 넘어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수환기자 블로그=기술로 보는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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