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21세기를 코앞에 뒀던 1999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완전평면 브라운관(CRT)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서로가 ‘완전한 평면 CRT’라고 주장하며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미국 제니스를 인수하며 다양한 원천기술을 확보한 LG전자는 ‘플래트론’이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선수를 빼앗긴 삼성전자는 ‘다이나플랫’으로 반격에 나섰는데, 이 두 가지 기술은 같은 CRT라도 시작점이 달랐다. 플래트론이 CRT 유리의 앞면과 뒷면이 완전히 평평했던 것과 달리 다이나플랫은 앞면은 매끈했지만 뒷면은 오목했다.

 

유리는 빛을 굴절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배불뚝이처럼 불룩한 CRT를 쓰다가 플래트론을 바라보면 안쪽으로 휘어진 느낌이 강했다. 개인차가 있다지만 LG전자가 가장 고민한 부분 가운데 하나였다. 삼성전자는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거부감 없이 화면이 나와야 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결국 바라보는 관점차이로 인한 논쟁이었다. LG전자는 CRT 자체의 앞면과 뒷면이 모두 평평해야 진정한 완전평면이라고 주장한 것이고, 삼성전자의 경우 왜곡 없이 보여야 완전평면이라는 입장이었다. 지금에 와서 별 것 아닌 내용으로 비쳐질 수 있으나 지금도 양측은 같은 소구점으로 다투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도 마찬가지라는 뜻.

 

기술적으로 OLED는 LCD보다 진화한 것이 맞다. 백라이트유닛(BLU)가 필요 없고 응답속도, 시야각 등 다양한 요소에서 장점이 많다. 삼성전자가 OLED 진영에서 휘도가 더 낫다고 말하지만 75럭스(lux·조명의 밝기 정도)의 방안에서는 LCD가 5000:1로 OLED의 2500:1보다 더 우수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외부에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OLED가 LCD보다 휘도가 더 높게 측정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이런 인위적인 환경이 아닌 일상적인 실내에서의 휘도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 셈이다. CRT에서의 완전평면 논쟁과 비슷한 관점이다. 자발광이냐 아니냐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돌아와서 완전평면 CRT 경쟁은 LCD와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과 같은 평판 디스플레이(FPD)가 나오면서 종식됐다. TV를 벽에 걸 수 있게 됐고 CRT는 설 자리를 잃었다.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은 과거 기술은 물론 바라보는 각도 차이에 따른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LCD와 OLED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OLED는 아직까지 ‘CRT→LCD·OLED’ 만큼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섣불리 예단할 수 없겠지만 돌돌말아 쓰거나 접었다가 펼치면서 투명한 TV가 아닌 이상에야 현 수준에서의 LCD와 OLED 경쟁은 계속해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정도에 롤러블과 투명 OLED TV를 예상했다. 적어도 이 시기까지 양측은 치열한 마케팅 전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수환기자 블로그=기술로 보는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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