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갤럭시노트8이 발표됐다. 갤럭시노트7 소손(燒損·불에 타 부서짐) 후폭풍으로 배터리 안정성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는 내용의 기사도 나왔다.

 

앞서 삼성전자는 ‘8포인트 배터리 안전성 검사’와 같은 프로세스 차원에서의 대응, 핵심 부품에 대한 설계와 검증 및 공정관리 등을 전담하는 ‘부품 전문팀’과 외부 전문가 영입으로 전문성을 확대하는 전방위 안전대책을 내세운 바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공급되는 배터리는 ATL(Amperex Technology Limited) 물량이 상당하다. 모델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삼성SDI와 함께 주요 공급 업체 가운데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략 20~30% 수준으로 추정된다.

 

당연히 ATL 배터리는 갤럭시노트7에도 공급됐다. 대놓고 업체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소손 원인발표에서 두 번째(B배터리, ATL)는 ①양극(+, -)탭 내의 비정상적인 융착 부분(이음매)의 돌기 ②일부 배터리의 절연테이프 미부착이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ATL은 이런 결과를 묵묵하게 받아들였을까? 업계에서는 두 업체 사이에 진통이 적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들리곤 했다. 급기야 갤럭시노트8에서 ATL 배터리가 배제됐다는 후문이다. 대신 일본 무라타제작소가 약 20%의 물량을 담당할 예정이라는 것.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가 무라타제작소와 접촉하고 있다는 말은 계속해서 나왔다. 소니 배터리 사업부를 인수합병(M&A)한 상태이니 어색하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ATL만큼 물량을 담당할 수 있느냐, 시간 내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느냐 등을 해결해야 했다. 일단 초기 물량은 삼성SDI가 담당하고 이후에 무라타가 참여하는 형태다.

 

흥미로운 것은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의 일부 변화다. 배터리 이슈가 있었지만 삼성SDI는 갤럭시S8과 S8플러스(+) 배터리의 공급망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조립에서 아이티엠(ITM)반도체의 중국 법인인 동광ITM도 그대로다. 이 업체는 단순히 배터리팩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POC(Protection One Chip)와 PMP(Protection Module Package)도 만들고 있다. POC와 PMP는 배터리의 과전류 등을 막아주는 보호회로 부품이다.

 

 

여기에 갤럭시노트8의 케이스를 만드는 이랜텍도 배터리 어셈블리를 담당하게 됐다. 베트남 현지 공장에서 삼성SDI에 공급하는 형태다. 정리하면 삼성SDI는 초기 물량을 원활하게 돌리기 위해 ITM 외에 이랜텍을 추가했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 사실 이랜텍은 삼성SDI 협력사로 노트북(HP, 델 등)이나 웨어러블 기기 배터리 조립을 담당해왔다. 스마트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주력 모델에서는 아직 낯설다.

 

업계에서는 갤럭시노트7 소손 원인발표에서 삼성전자가 원인 자체는 밝혀냈을지 몰라도 어떤 메커니즘으로 문제가 발생하는지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현장에서, 혹은 연구실 차원에서의 재연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자체에 문제가 있어도 소손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8에서 삼성전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수환기자 블로그=기술로 보는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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