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 중 화제는 단연 ‘투비소프트’입니다. 지난 6월 1일 코스닥에 상장한 첫날 투비소프트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기 때문입니다.1일 시초가가 공모가(8000원)보다 2배 높은 1만6000원에 형성된 뒤, 15% 오른 1만84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공모가보다 130%나 높은 가격이고, 거래량은 62만주였습니다. (3일 3시 현재는 조금 떨어졌군요)투비소프트는 앞서 최종 청약 경쟁률이 1249.04대1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코스닥에서 이런 환영을 받아본 것이 얼마만인가요? 아마 2000년대 초반 IT거품이 붕괴된 이후 처음 보는 광경이 아닌가 싶습니다.투비소프트는 기업용 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RIA) 개발도구를 공급하는 회사입니다. 기업에서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웹 애플리케이션의 UI를 좀 더 편리하고, 유려하게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어도비시스템즈의 플렉스(플래시) 등이 경쟁상대이지만, 국내에서는 투비소프트가 1위를 달리고 있고, 일본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 152억원, 영업이익 21억원을 올렸습니다. 강점투비소프트의 강점은 국내에서 높은 인지도와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X인터넷이라 불리는 영역에서의 입지는 압도적입니다. 지난 2003년 출시된 X인터넷 솔루션인 마이플랫폼은 SKT 표준 플랫폼에 선정되고, 9개 시중은행에 공급하는 등 출시 3년만에 업계 선도 제품으로 성장해 현재 700여개의 고객사를 확보했습니다.이 같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술력에 대한 단적인 사례로 투비소프트는 CMMI 레벨 3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CMMI(Capability Maturity Model Integration)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프로세스 개선 활동입니다. 1~5단계까지 있는데, 국내 중소기업 중에 4~5단계를 획득한 기업은 없습니다.(CMMI 인증 기업은 여기selab.smu.ac.kr/research/dataroom.php서 확인) CMMI 레벨3 인증 획득이 SW 품질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국내 SW기업과 달리 체계적인 개발 프로세스를 보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체계적인 관리도 이 회사의 강점 중 하나입니다. 지난 1~2년 전 국내 UI 소프트웨어 관련 업계에는 저작권 파동이 있었습니다. 국내 UI 솔루션 기업 중 일부가 스페인 회사의 컴포넌트를 무단으로 사용해 적발된 것입니다.특히 불법 컴포넌트가 포함된 것도 모르고 구입한 X인터넷 솔루션을 계열사에 납품한 IT서비스 업체의 대표가 긴급 체포되는 등 파장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투비소프트는 이 같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필요한 라이선스를 이미 구입해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에는 그 컴포넌트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당연시 됐었습니다. 투비소프트는 SW 저작권을 제대로 관리함으로써 큰 위기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습ㄴ다.약점투비소프트의 경쟁사들은 이제 국내 업체들보다는 어도비시스템즈,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업체들이 돼 가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 중에는 이제 경쟁상대가 많지 않습니다.하지만 투비소프트가 국내에서는 1위라도 글로벌 경쟁기업과 비교했을 때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일례로, 투비소프트는 지금까지 ‘툴’ 비즈니스를 펼쳐왔습니다. 하지만 경쟁사들은 플랫폼으로 이 시장을 접근해왔습니다. 시장을 접근하는 그림 자체가 다른 것입니다. SW 시장은 이제 플랫폼 경쟁이 돼 가고 있습니다. 툴 비즈니스는 틈새시장의 한계를 넘을 수 없습니다.제품의 포트폴리오가 단순한 것도 약점입니다. 매출의 대부분을 X인터넷 솔루션 ‘마이플랫폼’이 차지하고 여기에 최근 신제품 RIA 솔루션 ‘엑스플랫폼’이 등장했습니다. 부수적인 제품라인이 2~3개 더 있지만, 핵심 두 제품의 보완제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경쟁사의 경우 UI 개발 툴뿐 아니라 각종 디자인툴, SW 개발 툴을 보유하고 있고, 이 제품들이 서로 연동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이는 시장 규모의 한계와도 맞물립니다. 투비소프트는 X인터넷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했지만, 지난 해 매출이 152억원에 불과합니다. X인터넷이나 RIA 툴만으로는 성장의 한계를 만날 수 밖에 없습니다.기회투비소프트는 최근 SAP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습니다. SAP의 중견중소기업용 ERP 솔루션과 투비소프트 RIA 솔루션을 함께 공급하는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투비소프트는 기업들이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을 자체 개발할 때만 사용됐습니다. 하지만 이제 SAP 패키지를 도입하는 경우에도 투비소프트가 쓰일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기회가 더 많아진 것입니다.또 SAP가 국내 ERP 시장의 1위 업체이기 때문에 투비소프트도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가장 큰 경쟁사인 어도비의 한국지사가 기업용 RIA 솔루션 시장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도 투비소프트에는 기회 요소입니다. 한국어도비는 지난 해 경제위기 상황에서 컨설팅 및 기술지원 조직을 해체했습니다. 많은 리소스를 필요로 하는 솔루션 사업보다는 마케팅 및 판매활동만으로도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CS5 같은 패키지 소프트웨어 판매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투비소프트 입장에서는 가장 어려운 경쟁자가 기권을 선언한 것과 비슷한 모습일 것입니다.물론 한국어도비가 이를 공식화한 것은 아닙니다.일본 시장도 투비소프트의 기회요소입니다. 투비소프트는 지난 1월 일본의 히타치시스템앤서비스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를 통해 투비소프트는 히타치시스템앤서비스의 일본 내 영업 유통망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스마트폰 및 모바일 오피스에 대한 관심도 기회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는 스크린이 늘어나면 사용자 경험의 개선이 필요하고, 이는 RIA 솔루션 시장을 넓힐 수 있습니다.위협해외시장 진출은 기회요소이기도 하지만 위협요소일 수도 있습니다.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국내에서 일정 수준이상의 성공을 맛본 후 해외시장 진출을 시도했었지만, 막대한 손해만 입은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위상이 낮기 때문에 섣부른 해외진출은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코스닥 상장도 어쩌면 위협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모든 산업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나 SW 산업은 장기적 안목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당장 오늘은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해야 합니다. 이를 중단할 경우 급격히 몰락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상장 업체들은 주주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매출에 급급할 때가 있습니다. 어떤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당장의 매출을 위해 SI 사업의 비중을 늘리기도 합니다. 연구개발에 투입돼야 할 인력들이 휘발성 SI 프로젝트에서 소모되곤 합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의 결과는 항상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글로벌 기술 트랜드 변화도 위협요소가 됩니다. HTML5가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웹 표준만으로 풍부한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면, RIA 솔루션이 필요 없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댓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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