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지식경제부는 ‘한국형 스티브 잡스 육성 프로젝트 출범’이라는 발표를 한 바 있습니다. 이날 발표의 핵심은 ‘국가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라는 뛰어난 SW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재능있는 학생을 100명 선발해 1년 3개월 동안 3단계 교육 및 검증과정을 통해 10명의 인재를 ‘국가 SW 마에스트로’로 선정하겠다고 합니다.연수기간 동안에는 장학금, 노트북, 외국 견학, 국내외 프로젝트 연수 등의 지원도 할 예정이며 10명의 국가SW 마에스트로에게는 취업 및 창업을 지원한답니다.뭐, 국가가 SW산업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SW인재를 육성한다는데 딴죽을 걸 일은 아닙니다만, 과연 이 같은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특히 10명의 ‘국가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가 한국형 스티브잡스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더더욱 의문입니다. 그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속단을 하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속단을 한번 해 볼까요. 아마 저 10명의 마이스트로는 취업을 할 것입니다. 창업에 나서는 마에스트로는 소수에 불과할 것이고, 그 중 일부는 2~3년 안에 다시  취업 전선으로 돌아올 것입니다.국가 SW 마에스트로들은 삼성SDS, LG CNS, SK C&C,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NHN, 엔씨소프트, 넥슨 중 한 곳에 취업할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영어 실력이 조금 받쳐준다면 한국IBM, 한국오라클, 한국마이크로소프트도 하나의 취업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설사 취업이 아닌 창업에 나선 마에스트로가 있더라도 위에 언급된 회사 중 하나에 지독히 쓴 맛을 보고 창업을 후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이들이 SW개발자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10년이상 SW개발에 몰두하는 것은 아마 어려울 것입니다.국가SW마에스트로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10년 후에는 영업, 컨설팅, 관리 등으로 직업을 변경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한국형 스티브 잡스 육성’이라는 말은 공허한 외침입니다. 왜곡된 시장구조 안에서는 스티브 잡스를 1만명 육성해도 애플은 탄생하지 못합니다.과거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는 “빌 게이츠도 한국에서는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떨어지지 않는 SW불법복제율 ▲SW개발사는 대형 SI업체의 하청업체로서만 존재하는 시장구조 ▲SW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풍토 ▲ ‘무조건 싸게’를 외치는 고객 ▲SW개발은 3D 업무로 인식되는 현실 등 무수한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컴퓨터 공학과나 전산학과는 가장 경쟁률이 높은 과 중에 하나였습니다.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면 돈도 많이 벌고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컴퓨터공학(전산학과)는 공대나 자연과학대학 내에서 가장 경쟁률이 낮은 학과라고 합니다. 졸업해봐야 별볼일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정부가 나서서 아무리 인재를 육성해봐야 그 인재는 왜곡된 산업구조 안에서 소모될 뿐입니다. 정부는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를 직접 육성하기 보다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탄생시켰던 실리콘밸리의 산업구조를 한국에서 정착시키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그것이 MB정부가 좋아하는 시장주의가 아닐까요. 댓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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