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 다소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는 당시 서울 충정로에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에 있었는데, 갑자기 네이버 검색이 되질 않았습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검색어를 넣고 엔터를 치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나타났습니다. 저는 이 같은 화면을 처음 봤습니다. 안내문구에 따르면 악성코드 검사를 하거나 네트워크 담당자에게 문의하랍니다. 악성코드와 검색이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웹 브라우저가 악성코드 배포가 의심되는 사이트를 차단하는 경우는 봤어도, PC에 악성코드가 있을 우려 때문에 검색을 차단하는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그나저나 네이버는 어떻게 제 노트북에 악성코드가 있는지 아는 것일까요? 저는 PC그린 사용자도 아닌데요. 문제는 제 노트북에서만 이 같은 화면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모두 네이버 검색이 불가능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SK컴즈 사옥 전체에서 네이버 검색이 안 됐던 것입니다. SK컴즈는 검색 포털 네이트를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최근 포털시장 구도에 변화를 주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회사입니다. 그렇다면 SK컴즈가 자사 건물 내에서 네이버 검색을 금지시킨 것일까요? 하지만 이렇게 상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네이트가 아무리 네이버를 이기고 싶더라도, 네이버 검색을 차단하는 것은 너무 유치한 발상입니다. 또 경쟁사 서비스에 눈을 감고, 그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는 불가능합니다. NHN과 SK컴즈 양측에 다 물었지만 양측다 원인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SK컴즈측에서도 네이버에 문의를 해 놓은 상태라더군요. NHN에 따르면, 위와 같은 메시지는 특정 IP에서 다량의 쿼리가 입력될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한 IP에서 갑자기 많은 쿼리가 들어온다는 것은 어뷰징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랍니다. 경쟁사의 광고비를 빨리 소진시키거나 검색순위를 조작하는 것 말입니다. 또는 악성코드에 감염된 PC들이 이같이 다량의 쿼리(질의)를 보내기도 한답니다. 즉 네이버가 사용자의 PC에 악성코드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있는 패턴을 보고, 그것을 근거로 차단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SK컴즈 직원들이 다 같은 IP를 사용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른 IP에서 들어오는 쿼리를 차단할 방법은 마땅치 않습니다. 지난 달 10만여대의 좀비피시를 조종해 네이버 실시간 인기검색어를 조작해 돈벌이를 한 사례가 최근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SK컴즈의 네이버 검색 차단 문제는 금방 해결됐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사건은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 같습니다. 모든 문제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입니다. 원인을 찾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이 왠지 찜찜합니다. 댓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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