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복잡한(?)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요금체계를 단순화시키겠다고 합니다. 방통위는 21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친서민 관련 정책 중 이동통신 요금제도 개선 방안 중 요금제 단순화를 포함시켰습니다. 이유는 복잡하고 많은 요금제로 인해 이용자의 선택권이 오히려 제한되고 있는 만큼 이용자가 알기 쉽게 요금제를 단순화하겠다는 겁니다. 목표는 선진국과 같이 사업자별 20~30개 정도입니다. 한 가지 지적할 것은 ‘요금제’가 아니고 ‘요금상품’입니다. 보도 참고자료에는 ‘요금제’로 적혀있더군요. 현재 이동통신 3사의 요금상품은 50여종에서 많게는 120여종에 이릅니다. 이렇게 많은 이유는 2G 요금제, 3G 요금제가 다르고, 요금제별로 요금상품이 여러 개 붙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또한 신규가입자는 받지 않지만 10명만 이용해도 그 요금제는 폐지할 수 없기 때문에 요금상품을 줄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1년 전까지만 해도 그 유명한 옛 신세기통신의 ‘패밀리요금제’를 사용했더랬습니다. 24시간 무료통화를 빌미로 10년 가까이 이통사에 막대한 피해(?)를 안겨주었죠. 하지만 지금은 무료통화보다 단말기 할부금이 더 많아서 과감히 요금제를 포기 했습니다.   하여튼, 방통위 역시 요금상품 축소를 강제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권고 차원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하지만 방통위는 약관에 100여종의 요금상품을 놓고 소비자가 자신에 맞는 요금상품을 선택하기보다는 대리점에서 혜택을 많이 주는 요금상품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이용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서는 요금상품 축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사업자들은 요금상품 축소에 대해서 긍정과 부정의 입장을 동시에 보이고 있습니다. 비슷한 요금상품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예전 상품을 없애는 것이 당연하지만 일부러 요금상품을 축소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요금상품이 많다고 하지만 예전에 나왔던 요금상품에는 신규가입자를 받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스마트폰 요금상품은 요금제에 보통 5개 안팎의 요금상품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무료 음성통화량, 데이터, 문자, 보조금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거죠. 기본적으로 이러한 부분은 맞다고 봅니다. 데이터 통화량이 아무리 써도 월 500메가가 안되는데 단돈 몇 천원 차이라도 필요 없는 1기가, 2기가 상품을 사용할 이유는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요금상품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얼마나 편하게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찾게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일례로 통신사업자연합회에서는 이동전화 최적요금제 조회 사이트(http://010.ktoa.or.kr/)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트렌드를 반영하지 않고 있는 만큼 추천하지는 않겠습니다.  방통위에서는 이동전화 최적요금제 조회 사이트를 왜 활성화 시키지 않느냐는 질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통신사의 요금패턴에 맞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또 하나 SK텔레콤의 경우 대리점에서 신규개통할 때 소비자의 통화패턴을 분석해 적합한 요금제를 추전해주는 ‘오퍼링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놓고 보면, SK텔레콤 신규고객은 다들 자신에 맞는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어야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입니다. 결국, 소비자가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건데,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만해도 통신사 출입기자인데 귀차니즘에 빠져 여태껏 표준요금제만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결국 해결방안은 이통사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고지서를 보면 월 음성통화량, 문자, 데이터통화료 등이 세분화돼 있습니다. 제가 이용하고 있는 SK텔레콤의 경우 통화량을 분석해 아예 도표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걸 보면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최소한 분기, 아니면 반기에 한번이라도 “당신의 통화패턴은 이러하니 이러한 요금제를 사용하면 통화료를 얼마 줄일 수 있습니다”라고 친절하게 컨설팅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물론, 그런 일은 예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시스템 구축, 분석의 어려움 등을 떠나 그런 아이디어를 낸 직원은 회사 매출축소의 주범으로 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길게 썼는데 답이 없네요. 미국이 몇 개 안되는 요금제를 사용한다고 해서 우리가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수발신자 모두 요금을 내는 미국과 우리나라는 엄연히 사용환경이 다르니까요. 요금상품을 20~30개로 줄인다고 우리가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그나마 요금상품을 세분화해 선택의 폭을 넓혀준 것은 국내 이통사들이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그러한 혜택을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나 사업자의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로서는 요금고지서 한번 찬찬히 보시고, 시간 날 때 가까운 대리점에서 상담을 받거나 직접 이통사 홈페이지에서 꼼꼼히 분석하는 것이 최선으로 보입니다. 요금제 선택을 통한 요금절감, 아직까지는 소비자 몫 인거 같습니다. 댓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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