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위원장의 규제 철학, 언론관, 산업관 등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자리였다. 물론, 방통위는 다른 독임제 부처와는 달리 5인의 상임위원들의 합의에 의해 정책을 결정하는 만큼, 이 위원장의 철학과 세계관이 정책에 100% 반영되는 구조는 아니다.

예전 최시중, 이계철 전 위원장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부분이 있다. 최 전 위원장의 카리스마와 정치력을 갖췄고, 이 전 위원장의 산업관 또한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기본적으로 공정성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규제 측면에서는 옛 위원장들에 못지않은 강성으로 보인다.  

그동안 최시중 전 위원장의 경우 통신에, 이계철 전 위원장은 방송 부분에 취약했다. 청문회나 국회 업무보고 때마다 직원들 도움받기에 급급했다.

상대적으로 이 위원장의 경우 자신이 이끌어가야 할 조직에 대한 기본적인 파악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방송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분야에서 업무 파악이 돼있다는 것이 방통위 고위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금까지 이 위원장은 정치인 이경재의 모습이 강했다. 원래 언론인(동아일보) 출신이고 공보처 차관 등을 역임해 역대 위원장 중 언론, 방송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보인다.

자신의 철학과 방향성 제시도 상대적으로 명확했다. 물론, 옛 방통위와 신 방통위의 업무는 다르다. 대부분 통신, ICT 업무가 미래부로 이관됐기 때문에 이 위원장이 감당해야 할 부분도 줄어들었다.  

이 위원장은 방송과 관련해서는 공정성을 강조했다. 수평적 규제체계를 만들고 사업자간 공정경쟁 철학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방송정책을 기대할만 해 보인다. 지상파 재송신에 대한 문제 해결의지, KBS 수신료 문제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통위원장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정치적으로 투명해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수 많은 비판속에서도 결국 무더기로 종편사업자를 선정한 바 있다. 방송 분야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때 위원장이 앞장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위원장 역시 이 같은 논란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최근 이 위원장의 행보 중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유사보도 채널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다. 이미 방통위는 방송법상 보도가 금지된 전문편성 방송사의 유사보도실태 조사에 나섰다.

유사보도채널의 보도 행위에 대한 논란은 계속돼왔다. 하지만 최근 이 위원장의 발언, 그리고 방통위의 조사는 정치적 강도가 높아지는 풍자 프로그램이나 토론프로그램, 특히 여권이나 청와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과거 최 전 위원장의 별명인 ‘방통대군’대시 ‘공정대군’으로 불리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공정대군’으로 평가를 받으려면 매사에 공정해야 한다. 스스로 공정했다고 생각해도 방송통신 규제권을 쥐고 있는 방통위 수장이라는 자리에 있으면 불공정 시비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이경재 위원장과 최시중 전 위원장은 동아일보, 정치인 출신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평가는 다르기를 희망한다.

3년 후 이경재 위원장이 '공정대군'으로 평가 받을 수 있을지, 최 전 위원장의 뒤를 이어 제2의 '방통대군'으로 불리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온전히 자기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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