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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는 5인의 상임위원이 전체회의를 통해 합의를 거쳐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다.

위원회이기 때문에 부, 청 밑이고 방통위원장은 국무위원도 아니다. 하지만 방통위 위상은 수 많은 위원회 중 하나에 머무르지 않는다. 방통위원장은 사실상 예전 정통부 장관과 같은 지위를 갖고 있고 상임위원들은 차관급에 해당된다.

즉, 장관 1명과 4명의 차관이 합의를 통해 방송·통신 및 ICT 현안에 대한 정책, 규제를 결정하는 곳이 바로 방송통신위원회인 것이다.

하지만 방통위 실패에 대해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이 바로 이 합의제 구조의 상임위원회이다.

대통령이 위원장과 상임위원 1명을 임명하고 여당이 1명, 야당이 2명을 추천한다.

상임위원 구성부터가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방송 특수성을 감안할 때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은 여당 및 청와대의 방송철학을 대변할 사람이 올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여야가 상임위원을 추천하니 당연히 상임위원회가 정치화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불명예 퇴진한 최시중 씨가 초대 방통위원장 자리에 올 때부터 상임위원회의 파행 운행은 예정돼 있었다. 기자 출신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그가 우리나라의 통신, ICT 정책을 총지휘 한다는 것 자체로 방통위에 대한 정권의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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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거쳐간 상임위원들 면면을 보면 전문성을 확보한 인사보다는 각 당의 철학을 정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지금까지 지적한 종편정책, 통신정책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인사시스템이었던 것이다.

정치화된 조직이다보니 상임위원이라는 책임도 손쉽게 벗어버리곤 했다.

1기의 경우 이병기 전 상임위원이 임기를 1년 앞둔 상황에서 갑작스레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대 교수 출신인 그는 표면적 이유로 "대학에 복귀해 인재를 육성하겠다"를 들었다. 하지만 정치적 쟁점이 빈번하게 발생한 방통위에서 기술전문가로서 한계를 느껴 사퇴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최근에는 신용섭 상임위원이 사퇴, EBS 사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양문석 상임위원은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 부결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방통위는 위원회 조직이지만 상임위원들은 장차관의 지위와 권한을 갖는다. 그리고 임기 3년을 법으로 보장받는다. 수시로 교체되는 부처의 장차관과는 다르다. 하지만 정치적 의견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손쉽게 상임위원 자리를 내던지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상임위원회 조직의 정치화는 출범 때부터 예견됐고, 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러한 상임위원회 구조 때문에 급변하는 ICT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또한 꾸준히 제기됐다.

이같은 합의제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차관급 사무총장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이 역시 여야의 의견대립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건전한 토론을 통한 합의제를 표방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MB 정부의 방통위는 스스로 해체수순을 밟고 있다. 위에서는 정치로 싸우고 나가고, 밑에서는 내년 ICT 통합 부처가 어떻게 구성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는 업계의 작은 소망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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