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실질적 임기 몇개월을 남겨놨기 때문일까?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8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유는 8일 오전 열린 방송문화진흥회의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이 최종 부결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이다.

양 위원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철저히 속았다"며 "MBC 노조에게 상임위원직을 걸고 믿어달라고 했고 이제 그 책임을 지려 한다"고 밝혔다.

양 위원의 사퇴가 수리되면 이달에만 2명의 상임위원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지난 2일에는 신용섭 위원이 갑작스레 퇴임식을 갖고 EBS 사장 도전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방통위 상임위원 임기는 3년이다. 다른 부처의 장차관들이 수시로 바뀌지만 방통위원장과 상임위원은 법으로 임기를 보장해 준다. 그만큼 정책의 일관성, 책임이 중차대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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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열흘새 상임위원 2명이 사퇴하거나 사퇴의사를 밝히고, 다른 상임위원은 KBS 사장직에 응모하려고 하다가 무산되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2기 상임위원들의 임기는 아직 1년 이상이 남아있다.

하지만 내년 ICT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어서 실질적으로 방통위원들의 임기는 채 몇달이 남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다들 부담 없이 떠나거나 떠나려는 모양새다. 행정공백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김재철 사장의 해임과 관련 정치적 호불호를 떠나서 방통위원직은 그렇게 쉽게 들어오고 내던지는 자리는 아니다. 임기 도중에 자기 살길을 찾거나 욕심을 냈던 자리에 도전하는 자리 아닌 것이다.

방송과 언론의 민주화도 중요한 의제지만 ICT 산업의 진흥과 규제 결정의 최종 책임자가 바로 방통위원들이다. 단순히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방통위원자리를 내팽겨치는 자리는 아닌 것이다. 스스로에게 주어진 권리를 잘못 해석하고 있는 듯 하다. 다 나가면 소는 누가 키우나.

양 위원의 사퇴가 수리되면 몇 개월짜리 상임위원이 또 한명 내려와야 한다. 정상 절차를 밟으면 수개월이 소요된다. 실질적인 임기말에 누군가 부랴부랴 와야 한다. 또 만만한 방통위 실장 출신이 될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정권말 방통위원들의 엑소더스 현상을 보며 방통위 상임위원회는 명백한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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