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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목적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 그리고 ICT 기술과 타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국가 전체 경쟁력을 높이는데 있다.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방통위 사무국이 이 같은 목적을 위해 지난 5년간 나름 열심히 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상임위원회는 달랐다. 산업보다는 정치가 목적이었다. 방송의 장악과 이를 막기 위한 정치적 대립은 지난 5년간 끊이질 않았다. 방통위의 ‘정치과잉’ 평가의 단초는 방송에서 시작됐다.

‘정치과잉’의 중심에 있는 사안은 바로 종합편성채널사용사업자(이하 종편)의 선정이었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은 기회가 있을때마다 “우리도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육성이 필요하다”며 종편 등장의 당위을 강조하곤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 전 위원장이 보수 신문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방송을 선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 신문들 모두 사업권을 획득했다. 오히려 방송시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태광산업은 가장 많은 자본금에 5년간 1조2000억원을 제작비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큰 점수차로 탈락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방송광고 시장의 크기를 감안할 때 복수의 종편 등장은 전체 시장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방통위는 절대평가 방식을 채택해 일정 기준을 통과하는 사업자는 모두 승인했다. 보수 신문 중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줬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비판을 피하려 했던 것이다.

종편은 선정 과정에서 수 많은 정치적 논쟁을 낳았고 출범한지 1년 정도 지난 지금은 산업적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종편은 중간광고 허용, 광고시간 연장, 공익광고 축소, 광고품목 확대, 직접광고 영업 허용, 자체 제작프로그램 비율 배려, 의무전송채널 지정, 황금번호 부여 등 다양한 특혜를 받았지만 현재 성적표는 0%대 시청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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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순손실 1700억원에 재방률은 50~60%이다. 당초 기대한 고용창출 효과는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출범한지 1년도 안됐지만 일부 종편을 제외하고는 프로그램 다양성 측면에서 '종합'은 사라진지 벌써 오래다.

결과적으로 통신의 경우 시장진입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방송만큼은 정치적 목적에 매몰돼 향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조차 외면한 무책임 정책의 전형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모 종편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우리 회사를 인수해달라며 모 기업과 날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크기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더기 사업자 선정이 초래한 결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방통위는 시장 초기인 만큼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계철 위원장은 최근 방통위 국감에서 종편과 관련한 질문에 "초창기여서 단편적으로 보기 어렵지만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평가와는 정반대다.

위피(WIPI), DMB, 와이브로 등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 통신정책의 경우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책 도입의 취지와 시장상황 측면을 감안할 때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

위피의 경우 스마트폰 시대로의 진입을 늦춘 것으로 평가되지만 당시로서는 이통3사의 플랫폼 표준화를 통해 콘텐츠 사업 활성화의 기반이 됐고, DMB 역시 모바일TV의 단초를 마련했고 여전히 활용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밀린 와이브로지만 이를 기반으로 국내 기업들이 차별화를 달성할 수 있었고, 소비자 편익도 적지 않았다.

물론, 합종연횡, 구조조정 등을 통해 살아남는 종편이 앞으로 SBS와 같은 상업방송사로 발전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하지만 정책목표가 진짜 제대로 된 미디어 육성이었다고 하면 4개의 종편을 선정해서는 안됐다. 글로벌 미디어 육성은 다른 MPP 등의 지원을 통해서도 달성 가능했다. CJ는 종편 사업자는 아니지만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쳐 지상파를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방송시장과 콘텐츠 활성화라는 기본적인 정책이 아닌 정치적 판단으로 등장한 종편은 아직까지는 개별PP, 제작사, 광고시장의 공공의 적이다.

그렇다고 종편을 살리기 위해 앞으로 더 특혜를 제공하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남은 것은 무한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종편이 과감한 투자와 인내심을 통해 제대로 된 종합편성채널로 자리잡는 것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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