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10일 아주 재미있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습니다. 이름하여 '10대 유망 중소 서비스'를 선정해 집중 지원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해외 진출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해외 1호점이 개설될 때 업체당 2000만원 안팎의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파격도 담았습니다. 10개 유망 중소서비스에는 스크린골프, G러닝(게임+교육), 뉴미디어디스플레이, 웨딩서비스, 산후조리, 멀티뷰티숍, 중고차케어, 그린 렌털(공기청정기, 비데 임대) 등입니다. 여기서 단연 눈에 띠는 것은 역시 '스크린골프'입니다. 특히 스크린골프는 선진국 시장 공략을 위한 'IT 품목'으로 분류됐습니다. 지식경제부는 "스크린골프가 한국이 '종주국'인 데다 관련 장비를 만드는 50여개사가 함께 진출할 수 있어 국내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왜 자꾸 '탁상공론'이란 느낌이 들까요. 물론 '스크린골프'를 우리나라의 전략적 IT융합형 서비스 수출 상품으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논리에는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좀 허술해 보입니다. 심각한 고민끝에 나온 것인지 궁금합니다. 말이 나온김에 '스크린 골프'에 관한 몇가지 내용을 좀 짚어 보겠습니다. 먼저, '한국이 스크린골프 종주국'이란 표현입니다. 이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논쟁을 벌일 사안은 아닙니다."축구의 종주국이 영국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처럼 실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최근 2~3년사이에 처음 나온것 같지만 실제로 스크린골프의 시초는 무려 3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처음에는 골프 자세 교정을 위해 외국에서 도입한 시뮬레이션 영상기술이 시초입니다.  그러다가 센서 등 기술의 진화를 거쳐 스크린골프는 한국에서 사실상 비즈니스로써 꽃을 피웠습니다. 스크린골프는 한국이 사실상 종주국이라해도 누가 뭐라할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스크린골프가 정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과연 선진국 시장 공략을 위한 IT품목이 될 수 있을까요? 지식경제부는 이와관련, 우리 나라의 스크린골프가 먹힐 수 있는 나라로 캐나다와 일본을 예로 들었습니다. 지식경제부는 "캐나다가 골프인구는 많지만 겨울이 길기때문에 결국  '스크린골프'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을 했습니다. 즉 계절적인 특성상 스크린 골프를 찾게될 것이란 것입니다. 또한 일본의 경우는 골프 라운딩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가격 메리트가 있는 '스크린 골프'에 흥미를 보일 것으로 보았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마침, 최근 한국을 찾은 캐나다 교포와 '스크린골프'에 대한 얘기를 나눈적이 있습니다. 이 교포는 캐나다 동부에서 거의 20년간 사업을 했고, 골프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그에게 "캐나다에 한국의 스크린골프를 가져가면 인기가 있을 것 같다. 겨울에 길어서 사람들이 라운딩하지 못할테니 스크린골프에서 대리만족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교포의 대답은 다소 의외였습니다. 그는 "재미있기는 하지만 사업적으로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일단 시즌중에는 캐나다 사람들이 스크린골프를 찾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18홀을 기준으로 한 라운딩 가격이 40달러~50달러 불과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스크린골프에 대한 메리트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스크린골프와 실제 필드 라운딩과 가격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사업적으로 스크린골프가 불리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스크린골프 가격은 18홀 기준으로 2만5000원~3만원선입니다. 반면 그린피는 14만원~20만원 정도 합니다. 5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당연히 한국에선 스크린골프에서 아쉬움을 달랠 수 밖에 없는 가격구조입니다. 그렇다면 겨울에는 어떨까요? 그는 "한국에선 스크린골프가 점심, 특히 저녁 퇴근시간 이후 샐러리맨들 중심으로 채워지지만 캐나다와 같은 서구 사회에서는 이런 모습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문화적 차이를 다소 간과한 것 같다는 얘기입니다. 단순히 '겨울이 길어서 스크린 골프를 찾게될 것'이란 논리는 막연한 기대에 불과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일본의 경우는 장기 불황의 여파로 우리 나라에 비해 골프 라운딩 비용이 저렴하기로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따라서 라운딩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스크린골프가 인기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은 성립하기 곤란해 보입니다. 한편으론, 정작 한국에서 스크린골프는 어떤 성격인지도 궁금해집니다. 스크린골프를 즐겨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성격은 좀 모호해 보입니다. 필드를 대신하는 또 다른 골프 스포츠의 한 종류인지, 아니면 사실상 예전의 '당구장' 역할을 하는 어른들 놀이공간의 진화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크린골프가 과연 IT기술을 포함해 50여개 기술이 집약된 기술집약형 품목일까요? 맞는 얘기이긴 합니다. 최근에는 3D 스크린골프까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마치 엄청난 고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센서 기술 등 스크린골프를 구성하는 여러 기술중 대부분이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스크린골프를 애플의 아이폰처럼 생각한다면 곤란합니다. 스크린골프라는 비즈니스 모델은 어떨지 모르나 IT기술만 놓고 봐서는 크게 차별화된 기술이 아니라는 얘기죠. 만약 시장성이 있다면 우리 뿐만 아니라 세계 스포츠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미국 등 메이저사들이 가만놔두지를 않겠지요. 아직은 한국에서 특화된 일종의 패키지 게임, 또는 시뮬레이션 게임의 한 형태로 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스크린골프에 대해 과도한 기대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댓글 쓰기
저작권자 © 딜라이트닷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