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심한 충격이나 정신적 외상을 입어 현재까지도 그 영향이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현상을 '트라우마'(trauma)라고 부릅니다. 당연히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몰론 앵글을 확대시키면 기업도 산업도, 국가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금 우리의 금융산업이 그렇습니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보수적인 IT투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1년전의 얘기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은 리만 브라더스와 같은 엄청난 투자은행이 파산하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현재 은행권은 내년 IT예산(가예산)을 만들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종합해 보면 "내년에도 IT분야에서는 크게 기대할 것 없다"는 분위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체감적으로 보면 IMF때보다 더 한 것 같습니다.  IT업계 입장에서보면, 금융권의 이같은 '쫀쫀함'이 야속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KB금융그룹과 우리금융지주가 어제(29일),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당기순이익만 KB금융지주가 1737억원, 우리금융지주가 4838억원에 달합니다. 물론 수치만 놓고 보면  '장사를 썩 잘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당초 '엄청난 적자'와 함께 대규모 구조조정을 걱정했던 올 상반기의 상황과 비교하면 상당히 여유를 찾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금융권의 극심한 IT투자 경색 기조는 트라우마외에는 뚜렷한 답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여러 금융솔루션 분야에서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가장 위축돼버린 분야는 어디일까요? 직접비교는 물론 힘들겠지만 아마도 '파생상품관리 솔루션' 시장이 가장 심각한 직격탄을 맞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파생상품은 주식과 채권 같은 전통적인 금융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여기에 선물, 옵션, 스왑 등과 같은 파생된 금융기법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총칭합니다.   그러나 말이 쉽지, 실제로는 엄청나게 복잡해서 이미 금융공학으로 분류되고 있고, 더구나 IT기술이 없으면 이 상품을 설계및 운용하는것은 불가능합니다.  상품운영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만큼 감당해야 할 리스크 또한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적절한 리스크관리도 반드시 필요하지요. 이러한 수익과 리스크의 적절한 균형은 IT의 몫입니다.    이처럼 복잡한 파생상품의 운영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 체계가 바로 파생상품 솔루션 입니다.  기존 국내 파생상품솔루션 시장에서는 심포니를 비롯해 뮤렉스, 칼립소, 선가드, 콘돌 등이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여왔습니다.   지난  2월 시행에 들어간 자본시장통합법의 핵심은 투자은행(IB)으로의 성장이었습니다. 그리고 투자은행의 핵심은 바로 파생상품 분야에서의 글로벌 경쟁력 확대입니다. 그러나 금융권은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이 파생상품과 같은 복합금융상품의 운영 잘못에서 비롯됐다'고 인식, 파생상품 분야를 강화하기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심포니'를 개발한 ITS(아이티에스코)의 박종곤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지난 1년간 국내 금융권에서  파생상품 분야는 거의 신규발주가 없었다"고 현재의 시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지난 1년 동안 파생상품시스템 분야에서 금융권의 신규발주가 거의 없었다는 것은 좀 의외입니다. 과거에는 시장상황이 어려워도 미래에 대한 준비와 투자는 항상 IT기획 담당자들의 당연한 몫이었습니다. 단적인 예로, IMF외환위기 직후 2~3년동안 금융권의 IT투자는 오히려  공격적이면서 질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결국 금융권이 파생상품 분야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 금융권이 투자은행(IB)은행으로의 청사진에 스스로가 신뢰를 보내지 않게된 전략적 변화때문일까요? 아니면 눈치보기식의 소극적 IT투자 기조 또는 관망세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어찌됐든 IT인프라측면에서만 놓고 보면, 우리 나라의 금융회사들이 투자은행의 모습을 제대로 갖춰가려면 최소한 앞으로도 수년은 걸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이 '파생상품'의 취급때문에 비롯됐다는 것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반드시 지켜야할 절제선을 통제하지 못하고 넘어선 욕심과 탐욕이 부른 재앙일 뿐입니다. 자동차의  문제가 아니라 운전자의 문제라는 것이죠. 물론 국내 금융회사들도 문제의 본질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선뜻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무언가 요즘의  험악한 분위기(?)에는 맞지 않는다는 표정들 인것 같습니다. 전통적으로 금융권의 분위기는 보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더 보수화돼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댓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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