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의 대주주인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다시 포털 검색어에 오르 내리기 시작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안랩의 주가도 덩달아 요동치고 있다. ‘안철수’라는 이름이 다시 등장하는 순간 안랩도 다시 본격적으로 ‘대권 테마주’로 엮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안철수씨가 몸담았던 바른미래당이 최근 극심한 당내 갈등에 휩쌓여 있기때문에 그의 존재감은 이전과 비교해 훨씬 커졌다. 자의든 타의든 그의 몸값은 올라가고 있다. 

내년 4월 총선,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2022년 대선전까지 요동칠 정치 지형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상당 기간 안철수의 행보는 안랩 주가에 '상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안랩 측은  안철수씨가 안랩 경영에서 사실상 손을 뗀 상태라고 거듭 밝혀왔지만 시장은 이를 개의치 않는다.

7일 개장한 코스피에서 안랩의 주가는 전일대비 13.83% 하락한 5만9200원을 기록했다. 근래에 보기드문 과도한 낙폭이다. 이 날 하락은 안철수씨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정계 복귀 가능성을 일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독일에 가 있던 안철수씨는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10월 부터 미국 스탠퍼드 법대의 '법, 과학과 기술 프로그램'에서 방문학자로 연구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기의 문제일뿐 정치권과 시장에선 안철수씨의 정계복귀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실제로 안철수씨의 트위터 내용을 보면 지금 단계에선 정계와 전략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어도 정계를 떠날 마음은 없어 보인다.

안철수씨는 트위터를 통해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치열한 미래 대비 혁신 현장을 다니며 우리의 미래와 먹거리에 대해 고민했다”며 “미국에서는 이런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법, 제도적 개선과 적용에 대한 연구를 계속 이어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에서도 대학 연구와 미세먼지 프로젝트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에 4차 산업혁명과 미래 먹거리, 미세먼지 등 다분히 국내 대중의 관심사를 건드릴만한 키워드들을 담았다. 대권을 염두에 둔 키워드로 보인다.  과거보다는 좀 더 세련된 보폭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준다.

한편으론 정치권에서 다시 돌기 시작한 ‘안철수의 시간’과는 별개로, 보안기업인 안랩에 쏟아질 과도한 시장의 관심은 안랩 구성원들에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역설적이지만 최근 몇년간 안랩이 대외적으로 가장 평온했던때는 안철수씨가 독일로 유학을 떠나면서 지금까지 국내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지난 몇 개월 간이다.

그리고 이 기간 안랩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보였다. 안랩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4.1% 증가한 417억원, 영업이익은 14.1% 증가한 52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사업 영역(엔드포인트플랫폼,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제품 및 서비스 매출이 고르게 성장해 전년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그동안 안랩 측은 총선, 대선 등 정치의 계절이 돌아올때마다 ‘안철수’와 함께 엮여서 풀어나가는 정치적 스토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안랩 측이 마케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다고 판단했기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안랩 측의 몸사림은 한편으론 이해가 된다해도 결국은 편의주의적 발상인것도 사실이다. 

현재 안철수씨의 안랩 지분은 18.57%(186만주)이다. 7일 종가기준으로 시가총액 1101억원으로 가진 안랩의 대주주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안랩 지분 구조상 ‘이익의 중심’의 한 가운데 안철수씨는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엄연히 대주주임에도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으니 '안랩과 안철수'를 엮어서 보지말아달라고 얘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부자연스럽다.

어쩌면 이제는 안랩의 사명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 볼 문제다. 그동안 정치의 계절이 돌아올때마다 안랩에게 들었던 똑같은 내용이 또 다시 반복될 것 같은 느낌이다. 
 
‘안랩과 안철수’는 사실 안랩에게만 부담되는 것이 아니다. 고객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안랩의 보안 제품을 구매하는데 있어 ‘정치인 안철수’가 어떤 식으로든 연상된다면 그것은 고객들에게도 불필요한 에너지의 소모다. 지금처럼 정치 과잉의 시대에는 특히 그렇다. 고객의 구매행위에 정치적 선택이 개입됐다고 오해받는 것 만큼 기업에게 불필요한 고통은 없다.

어쨌든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안철수의 시간’, 이쯤에서 ‘안랩과 안철수’를 떼어놓을 수 있는 신박한 아이디어가 안랩에겐 시급해 보인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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