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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송년회를 겸해서 여러 기자들과 만난 웹케시그룹 석창규 회장(사진. 상)은 참석자들에게 "많이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거듭했다. 

"여러분들이 우리의 진정성을 믿어줬기때문에 그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다"며 석 회장 특유의 솔직 화법으로 인사를 건넸다. 


▲웹케시그룹 석창규 회장 

그가 고맙다고 한 것은 단순히 코스닥 상장 절차를 무사히 끝냈다는 이유때문만은 아니다. 웹케시가 제대로 된 국산 SW회사로 성장할때까지 오랜 세월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준 것에 대한 감사였다. 

웹케시는 지난 11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공모 주식수는 97만주, 희망 공모가 밴드는 2만4000~2만6000원 수준이다. 상장후 주가를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웹케시의 경영실적, 사업 구조, 미래 비전 등을 고려했을때 순항이 예상된다. 

석회장에게 웹케시의 상장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이 험한 세상 누구라도 책 한두권쯤 써내려갈 분량의 사연이 없겠냐만 그에겐 요즘이 매우 행복하고  지난 20년을 되돌아 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그는 최근 직원들과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봤다고 했다. "감회가 깊었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웹케시는 IMF 외환위기가 없었다면 아마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도 그럴것이 석 회장이 몸담았던 동남은행이 1998년6월29일,국민은행에 흡수돼 역사속으로 사라졌으니. 

만약 IMF가 없었다면 석회장이 웹케시를 창업하지 않았을 것이고, 또 그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20년 동지 윤완수 웹케시 대표(사진. 하)도 아마 잘 나가는 은행원으로 지금쯤 부산에서 편안한 노년을 준비하고 있지 않았을까. 


▲웹케시 윤완수 대표 

누구는 웹케시를 억세게 운좋은(?) IT기업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전문경영인도 아닌 순진한 은행원 출신들이 만든 회사치고는 지금까지 너무나 잘 성장했으니까. 서울에서 꼬박 20년을 살아도 여전히 그대로인 투박한 부산 사투리를 실제로 들으면 더욱 그렇다. 

웹케시는 2000년대 초반, 때마침 불어닥친 닷컴 열풍에 힘입어 어렵지 않게 초기 펀딩에 성공했다. 

곧이어 국내 은행권에 불기 시작한 e비즈니스 혁명과 인터넷뱅킹시스템 구축 시장을 단숨에 석권한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조금씩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갔다. 

'승승장구하는 웹케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좌충우돌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나갔던 이 당시의 웹케시를 진하게 기억하고 있기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 당시 웹케시와 지금의 웹케시는 이제 많이 다르다. 어느새 비즈니스 주력이 많이 바뀌었고,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서 놀랄만한 성과를 거뒀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남모를 아픔도 많았다. 

무엇보다 오늘의 웹케시를 만든 e뱅킹 SI(시스템통합) 사업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수익을 내기가 힘들 정도를 이미 오래전부터 국내 e뱅킹 SI시장은 황폐화됐다. 아무리 그래도 주력 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석 회장와 윤 대표는 모두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담백하게 말한다.

앞서 지난 2011년, 이제는 오래된 얘기가 됐지만 철석같이 믿었던 한 외국계 IT기업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배신을 당하기도 했다. 세월이 흘렀어도 그것은 여전히 두 사람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후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몇몇 사업들도 실패했다. 또한 순진한 벤처 IT기업이 타고 넘기에는 벅찬 숱한 송사까지. 

웹케시가 회사내 여러 사업부를 별도의 법인으로 활발하게 독립시킨 이유도 이처럼 리스크를 줄이고, 선택과 집중을 하기위해서였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구조조정이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자세히 보면 '웹케시그룹' 이란 거창한 이름 뒷편에 새겨진 아픈 흔적들이 많다.       

인생은 새옹지마다. 2000년대 중반, 기업 인터넷뱅킹 구축 사업을 하면서 부가서비스로 시작했던 CMS(자금관리서비스) 사업이 점차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진화되면서 지금은 웹케시의 명실상부한 주력 사업이 됐다. 이 분야 국내 1위다. 또한 여기에서 출발한 다양한 핀테크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이제는 고부가치 핀테크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하는 바탕이 됐다.

또한 e뱅킹 서비스를 구현하면서 쌓은 '스크린 스크래핑' 기술은 '데이터 스크래핑'으로 발전됐고, 향후 데이터 중심 시장에서 핵심 블루칩으로 평가받고있다. 실제로 이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웹케시그룹의 계열사인 쿠콘(대표 김종현)은 벌써부터 상장을 준비할 정도로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최근 일본 현지에서 NTT를 제치고 사업을 따낼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석 회장은 "웹케시는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사 규모는 비록 삼성전자를 뛰어넘지 못하겠지만 직원들 복지나 급여는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회사로 만들어 보겠다. 그건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20년전, IMF 외환위기의 공포가 데자뷔 될 정도로 지금 국내 경제상황은 녹록치 않다. 4차 산업혁명이란 혁신의 파도는 웹케시에겐 기회이기도 하겠지만 발을 잘못디딜 경우엔 단숨에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괴물이기도 하다. 

'그 때와 지금, 어느 쪽이 더 긴장되시냐'고 석회장에게 질문을 직접 하지 않았지만 만약 답변을 했다면 '지금이 더 긴장된다'고 할 지 모르겠다. 20년전, 두 사람은 더 이상 잃을게 없었고, 지금은 너무 많은 식구가 딸려 있으니까.

20년동안, 웹케시의 모든 것이 달라졌지만 달라지지 않은 딱 하나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사람에 대한 신뢰일 것이다. 또한 석창규 회장과 윤완수 대표, 두 콤비의 건재함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투박하지만 진정성있게 걸어간다면 앞으로의 20년도 기대할만하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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