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저게 드론이라고? CG (컴퓨터그래픽) 아니었어?"

9일 저녁,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단연 눈길을 끈것은 1218대의 드론으로 평창의 밤하늘을 수놓은 오륜기였다. 반딧불로 날아올라 오륜기로 그려지는 모습은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장관이었다. 온라인과 SNS등 에서는 탄성이 쏟아졌다. 

30년전 88올림픽때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 정적속에 운동장을 가로지른 '굴렁쇠 아이'였다면,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선 '평화와 축제'를 상징하는 빛의 군무였다. 

그동안 평창올림픽 행사 자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적어서 상대적으로 개막식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은 2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흥미만점의 볼거리로 구성됐다.

특히 대한민국의 ICT 기술이 총동원된 개막식 공연 프로그램은 역대급이라고 할만큼 세련되고 깔끔했다. 우리 문화를 알리는 것과 함께 '평화'라는 인류 공영의 가치, 두 가지 주제를  ICT로 화려하게 표현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TV시청률도 50%를 넘나 들었다.

드론 뿐만 아니라 LED, AR(증강현실)을 활용한 공연은 자칫 딱딱하고 난해할 수 있는 우려를 딛고 예상을 뛰어넘는 감동을 줬다.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의 평면과 입체, 영상속에서 백두대간 호랑이의 우렁찬 포효를 시작으로 한반도의 5000년 역사성을 알렸다. 정적이면서도 동시에 동적인 전개가 좋았다.

강원도 평창의 고요하고 아름다운 밤하늘을 증강현실 그래픽으로 수놓고, 둥글게 디자인된 무대 전체를 정교한 그래픽으로 매핑시켜 몰입시켜 역동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밤하늘의 둥근 달, 드론으로 날아오른 반딧불, 평창의 하얀 메밀꽃밭, 그위를 조용히 가로지르는 뗏목, 구슬프게 울려퍼지는 정선 아리랑, 오륜기의 색깔을 입은 다섯 아이들이 떠나는 미래,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 살아갈 미래는 120개의 LED문을 지나 미디어 기둥을 통해 평화와 번영이라는 메시지에 다다랗다.

이어서 전인권, 이은미 등 가수들이 등장해 반전 평화주의를 상징하는 존 레논의 명곡 '이매진'(Imagine)을 노래하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엄중한 상황 인식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앞서 선수 입장식에선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한 선수단 동시 입장이 이뤄졌다. 외신들은 '남북한이 스포츠를 통해 평화를 강조하고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출신의 바흐 IOC 위원장은  이를 '소름끼치도록 감동적인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CNN, BBC 등 주요 외신들도 한반도기, 단일팀에 가졌던 관심 못지않게 이날 개막식 공연을'장관'이라고 표현했을만큼 큰 호평을 보냈다. 

유투브 등에 나타난 외국인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그중에는  '중국(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이 과연 이만큼 할 수 있을까', '일본(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국)이 걱정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우려를 딛고 평화 메시지와 함께 ICT 올림픽,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평창올림픽조직위의 의도는 최소한 이번 개막식에서는 충분히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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