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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대형 마트에서 직접 ‘셀프 계산대’를 이용해 보았다. 캐셔의 도움없이 직접 본인이 무인 키오스크에서 제품 바코드를 읽히면 자동계산 금액이 화면에 뜨고,  이상이 없으면 카드로 결제하면 쉽게 일을 끝낼 수 있다.

4개의 셀프 판매대가 설치된 ‘셀프존’(Self Zone)에선 1명의 도우미가 기기의 오작동에 대처하거나 조작이 불편한 고객의 편의를 위해 대기한다. 

다만 붐비는 시간대가 아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이 셀프전을 이용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기존 캐셔가 있는 계산대를 더 많이 이용했다. 다만 기기조작에 익숙한 비교적 젊은층, 그리고 구매 품목이 적은 손님들이 셀프존을 비교적 익숙하게 이용했다.

'셀프 판매대'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마트에선 이미 7~8년전부터 이 셀프판매대를 운영해왔다고 한다. '최저시급 인상때문에 대형 마트들이 셀프 판매대를 설치하고 있다'는 건 사실 가짜 뉴스다. 설령 일정 부분 인정한다하더라도 최저시급 인상이 과연 혼란의 본질일까에 대해서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사람의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하고자 하는 욕망은 이미 산업혁명때로 거술러 올라간다. 그리고 이제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사람의 지식과 지능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그럼 이쯤에서 'IT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저 시급의 인상폭이 논란의 책임은 있어도 모든 잘못을 뒤짚어쓰는 것은 과하다. 그리고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IT도 잘못이 없다. 오히려 진짜 문제들을 알면서도 일부러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 '갑질'의 존재... 갈등의 출발점 = 어쩌면 지금도 그럴것이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업체가 대기업의 담당 과장에게 숙제하듯 매월 제출하는 납품단가와 관련한 각종 서류를 정교하게 조작(?)하는 것 말이다. 

납품단가는 영업비밀이기때문에 절대적인 보안이 필요하겠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 물론 대기업이 협력업체에게 '납품단가 정보'를 달라고 직접 언급할리는 만무하다. 그것과는 관계없어 보이는 '몇몇 자료 좀 보내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한다. 

그러나 그것이 곧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역추산하기위한 것이라는 것쯤은 협력업체 입장에선 다 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요청이 오면 자료의 수치를 세심하게(?) 만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사기업간의 일이니까 공문서 위조, 범죄는 아니지만 그들만의 치열한 눈치싸움이고, 생존방식이다. 물론 조작이 들키면 불이익을 감수해야한다. 

대기업은 왜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궁금해하는지는 뻔하다. 정말로 빠듯하게 살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에 협력업체의 납품단가에 여유가 있다면 그 부분을 낮춰서라도, 결국 자기 마진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올해부터는 납품단가를 개당 100원으로 낮춥시다. 하기싫으면 마시고..." 영화속 대사 같지만 이런 얘기를 듣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IT분야라고 예외없다... 여전한 '약자'의 설움 = IT대기업이 SI 협력업체들을 모아놓고 차분하게 얘기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예상치 못하게 일정도 늘어나고, 비용도 예상보다 늘어나서 좀 곤란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러분들도 같이 고통을 분담했으면 합니다. 양해를 부탁합니다. 뭐 사업이 이번만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상 강요다. 앞으로도 일감 놓치지 않을려면 시키는대로 하라는 반협박이다. IT분야에서, 이런류의 저질스러운 갑질이 과연 없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반대다. 혹자는 최근엔 예전보다 이런 협박이 더 심해졌다고 말한다. 

어차피 인력을 놀리느니 어쩔 수 없이 일은 하겠지만 당하는 '을'의 입장에선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천형과도 같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원인을 따져 올라가다보면 하나의 공통된 현상과 만난다. 대부분 '저가 수주'다. 저가 수주로 인한 손해를 주간사가 떠안아야하는데, 이것을 다시 2차 협력사에게 전가시키고 자신은 쏙 빠져 나간다. 치졸한 관행이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보다 엄격하고 투명한 도급계약 관행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이 있는 이유다. IT기업이 어려운 이유를 엉뚱하게 개발자의 임금 테이블로 책임을 돌리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최저 시급, 다시 내린다고 해결될까 = 상가주택 3층에 살고 있는 주인은 1층에 세들어 있는 커피전문점과 김밥집을 자주 찾는다. 온화한 얼굴로 '장사가 잘되냐'는 인사말을 던지지만 그속에 비수가 들어있지않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장사가 잘되면 내년 월세를 더 올려도 되겠다'는 집주인의 생각은 점차 확신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임대료는 세입자가 감당할 수준까지만 올릴 것이다. 세입자가 이것을 견디지 못하면 젠트리피케이션이 된다. 현행 임대차계약을 손보는 근본적 해결이 없다면 약자의 고통은 계속될 것이다. 

어떤 유명 프랜차이즈의 임대료는 매출과 비례하는 구조다. 건물 임대료가 매월 마다 달라지는 희안한 구조지만 계약 조건이 그것이다. 약자인 영세 자영업자의 성실성과 근면함을 별도로 보상해 줄 어떠한 장치도 없다. 

이처럼 사례들을 들자면 끝이없다. 정글의 생태계는 약육강식이다. 

그러나 지금의 혼란이 온전히 생태계의 다수를 차지하는 '약자'들때문에 생겼다는 것은 '강자'들의 지나친 엄살이다 .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거의 대부분 '생태구조적으로 약자'다. 그 약자에 속해 일하는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 인력들은 훨씬 더 약한 존재들이다. 

최저 시급인상 때문에 말들이 많다. 자영업자 몇십 %가 문을 닫느니 마느니, 최저 임금때문에 동남아로 공장을 옮기느냐 마느니 하면서 호들갑이다. 

기업의 전체 비용중에서 최저시급 증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연 얼마나 될까. 냉정히 따져보건데, 최저시급을 낮추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다시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그와 비례에 순익이 늘어날까.

그럴수도 있지만 최저시급을 줄여서 확보된 마진은 곧바로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 등으로 다시 손안의 모래처럼 부지불식간에 흩어져 버릴 가능성이 높다. 

#'죽지않게 숨 쉴 정도만 준다' = 인정하기 싫지만 현재 시장(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는 강자의 시각이다. 시장 참여자들과의 상생은 사실 아직도 먼 얘기다. 당하는 입장에선 이것이 '한계적 상황(Marginal Situation)'이지만 강자의 입장에선 '이익 극대화'다. 

물론 최저시급이 올랐기 때문에 도저히 못버티는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언제 망하더라도 이상할 것 없는 한계기업일 가능성이 높다. 

최저시급이 16% 정도 올랐는데, 이 증가분 때문에 영업이익의 곧바로 적자로 전환되다면 계절적 요인, 경쟁업체의 등장 등 무수한 시장 외적인 변수로 인해 언제든지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은 경쟁력이 없는 기업이다.

지금 지켜봐야 할 것은 시장의 강자가 약자에게 가하는 '약탈적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에게 적정 마진을 보장해주고, 임대료의 가파른 상승을 제어하고, 프랜차이즈의 부당 계약을 해소하는 것, 이것을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다.

최저시급 논란에 최근 자영업자가들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나 어떻게 해달라"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모든 책임을 '최저시급'으로만 돌리고, 그것을 정치 쟁점화해서 또 다시 정쟁의 도구로 삼는 과정을 허허롭게 지켜보고 있다. 

야만의 시대를 극복한 '1987',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18년에도 극복해야할 또 다른 고통의 모습은 존재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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