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보험사인 AIA생명은 최근 인공지능(AI) 기반의 콜센터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 상당서비스의 수준을 높이겠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AIA생명은 SK(주) C&C의 인공지능서비스 플랫폼인 ‘에이브릴’(Aibril)를 활용한 콜센터 서비스로 전환한다. 주지하다시피, SK(주) C&C의 ‘에이브릴’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원천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때문에 굳이 족보를 따지자면 AIA생명은 이제 IBM ‘왓슨’의 고객으로 분류할 수 있다.

AIA생명의 인공지능 콜센터는 고객상담 ‘챗봇’(Chatbot)과 문의 전화에 응대하는 로보텔러(Robo-teller) 두 가지 형태로 제시될 예정이다. 

인공지능 기반의 로보 텔러가 직접 고객에게 직접 보험상품을 판매하거나 권유하는 ‘아웃바운드 콜’은 현행 보험업법상 불가능하다. 

이번 AIA생명 사례는 고객의 문의에 응대하기위한 ‘인바운드 콜’이다. 

물론 고객의 문의에 응대만하는 ‘인바운드 콜’이라고 하더라도 24/365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대고객 만족도는 크게 높일 수 있다. 

고객은 더 이상 ‘죄송합니다. 평일 업무 시간에 문의해 주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받고 더 이상 짜증낼 일은 크게 줄어든다. 인공지능으로 경험을 축적한 로보 텔러가 직접 상담사처럼 응대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품질은 더 좋아 질 수 있고, 이후 고객의 보험계약 체결로 유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콜센터 직원의 고용불안?  전문가들 "금융회사가 책임질 일은 아니다" = 한편으론 인공지능 콜센터의 도입으로 더 궁금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당연히 제기될 수 밖에 없는 기존 콜센터 직원들의 고용 불안이다. 불편하더라도 누군가는 얘기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같은 인공지능 보험 콜센터의 도입으로 어느정도의 고용불안이 야기되는지 아무도 말해줄 수 없다. 보험뿐만 아니라 은행, 카드, 기타 제2금융권의 콜센터에도 거의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얘기다. 

여기에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일단, 국내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콜센터 직원들의 고용 여부와 무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대부분 콜센터 전문업체와 아웃소싱(BPO) 계약을 맺고, 콜센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콜센터 1년혹은 2년 계약으로 콜센터 업무 위탁업체를 선정한다. 콜센터 아웃소싱업체는 발주사(금융회사)와 계약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콜을 처리해야 한다.

따라서 인공지능 도입으로 콜센터 직원들을 어느 정도 규모로 줄여할 것 인지, 아니면 좀 더 생산적인 업무에 투입할 지 여부는 보험사가 아니라 콜센터 업무를 위탁받은 업체가 고민해야 할 일이다. 

AIA생명측이 지난번 인공지능 콜센터 도입을 발표하면서 “기존 상담사들은 전문적인 역량을 강화해 고차원적인 업무를 맡기는 등 AI 콜센터와 기존 상담사의 역할 분담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엄밀히 따지고 보면 자신들의 권한밖의 일이고, 상관할 바도 없는 일이다.  

현재 AIA생명은 220석 규모의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AIA생명측 관계자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위탁관계에 있는) 콜센터 업체가 순천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앞으로 AIA생명의 콜센터 아웃소싱업체는 SK(주) C&C로 변경된다. AIA생명이 인공지능 기반의 콜센터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동시에 콜센터 아웃소싱(BPO)사업자도 SK(주) C&C로 변경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과 비교해 AIA생명을 전담하기위해 콜센터 인력을 어느 수준으로 운영할 것인지는 SK(주) C&C가 결정할 문제다.

이번에 밝힌 AIA생명과 SK(주) C&C간 콜센터 BPO 계약기간은 4년이다. 다만, 양측 모두  4년간의 BPO 계약 금액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SK(주) C&C는 최근 핫 이슈인 인공지능 서비스를 앞세워 본래 주종목인 대규모의 BPO 사업을 따냈다는 점에서 상당한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AIA생명을 포함한 좋은 레퍼런스를 확보할 경우, 향후 국내 콜센터 BPO시장에서 상당한 강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AIA생명과 SK C&C 양측은 이번 계약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개발 완료 후 운영 3개월간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기로 했기 때문에 당분간 SK(주)C&C는 AIA생명에만 집중해야한다.

AIA생명측이 밝힌  ‘3개월 배타적 사용권’이란 인공지능을 통한 콜센터 서비스를 개발, 적용할 경우, SK(주) C&C가 타 보험사에 3개월까지는 적용할 수 없도록 한 한시적 독점 사용권 조항이다.

◆갈수록 감소하는 사람의 영향력...갖춰지는 '인공지능 등판'의 조건 = 한국은행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가 지난 13일 공개한 '2016년도 금융정보화 추진현황'에 따르면 보험산업과 관련해 매우 흥미로운 수치가 눈에 들어온다.

2016년 보험사 텔레마케팅을 통한 '보험계약체결'건수는 국내 생보(24개사), 손보(15개사) 합쳐 총 1133만6000건에 달한다. 또한 텔레마케팅을 통한 대출계약체결 건수는 총 642만3000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수치는 1년전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것이다. 1년전인 지난 2015년 텔레마케팅에 의한 보험계약체결 건수는 2165만8000건,  대출계약건수는 1695만7000건이다. 1년전과 비교해, 보험계약체결건수는 거의 50%이상 줄었고, 대출계약건수는 거의 60%이상 급격하게 줄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수치가 정확하다면, 국내 보험사들은 텔레마케팅에 의한, 즉 사람에 의한 보험 영업채널 전략은 반드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반면, 2016년 인터넷을 통한 보험계약체결 건수는 총 1459만6000건으로, 전년도 총 729만건보다 100%가까이 급증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대출체결 건수도 2016년 1009만7000건으로 전년도 485만3000건보다 역시 100% 이상 증가했다.

보다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보험은 사람의 설득에 의한 텔레마케팅 보다는 고객이 직접 인터넷 비교사이트 등을 통해 계약체결로 이어지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고객들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챗을 통해 직접 보험사에 문의하거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조건에 맞는 보험 상품을 구매하는 방향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보험계약 체결은 아웃바운드 콜로 분류될 수 있기때문에 인공지능이 기존 텔러마케터의 역할을 대신할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고객의 접근성이 인터넷이나 모바일과 같은 비대면 채널로 급격히 이동했다는 점에선 챗봇, 로보 텔러와 같은 인공지능 기반의 서비스가 그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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