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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의 새 풍경, 은행 명칭이 사라진다

통신방송 17.07.24 18:07

 

‘위비모바일 대출신청하려는데 써니뱅크쪽은 어떤가요?’

 

‘글쎄요. 소액 대출이면 케이뱅크쪽이 좀 더 수월할 것 같은데요. 아니면 좀 더 기다렸다가 카카오뱅크 나오면 좋은 조건 제시하지 않을까요?’
 
인터넷이나 소셜에서 실제로 오가는 대화 내용이다. 요즘 유행어로 '실화'다.
 
시나브로 온라인상에선 우리, 신한, 국민 등 은행의 공식 명칭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물론 아직도 내집 마련을 위해, 혹은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위해 번호표를 뽑고 은행 창구에서 초조하게 대기하는 시대이기도 하지만 이런 모습이 그리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누구에게는 은행은 이미 서비스 명칭으로만 존재하는 무엇일 수 있다. 
 
실제로도 은행의 명칭은 중요하지 않다. 고객들은 이제 비대면 채널, 온라인 기반에서 보다 편리하고 안정적이며, 친숙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 플랫폼'을 찾아 나선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매우 중요하게 눈여겨 볼 것은 금융 브랜드의 진화다.
 
고객에게 주입되는 것은 딱딱한 은행 명칭이 아니라 고객이 누려야 할 금융 서비스의 질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금융서비스 플랫폼 경쟁, 즉 은행권의 '모바일은행' 브랜드 경쟁은 매우 흥미롭다.
 
2015년 5월, 국내 은행권에서 첫 선을 보인 모바일은행 서비스 브랜드는 우리은행의 '위비(Wibee)뱅크'다. 그해 12월초 신한은행이 모바일은행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써니뱅크(Sunny Bank)'라는 브랜드를 선보였다.
 
그리고 2016년 KB국민은행이 '리브'(Liiv), KEB하나은행이 '1Q뱅크', BNK금융이 '썸(SUM) 뱅크', 농협은행이 '올원뱅크(All One Bank)', IBK기업은행 '아이원뱅크', DGB금융 대구은행이 '아이M뱅크'를 각각 출시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현재 은행권이 내놓고 있는 모바일은행 서비스 브랜드중에서는 이름을 바꿔야할 정도로 임팩트가 떨어지거나, 너무 범위가 좁은 것들은 하루빨리 교체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은 의미가 있다.
 
은행 입장에선 처음 작명할때 단순히 생활 편의를 지원하기위한 금융서비스 정도로 생각했겠지만 현재 모바일은행 브랜드의 역할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록 성장하다보니 나온 지적이다.
 
조만간 모바일뱅크 브랜드가 은행 브랜드를 대체한다고 생각한다면 브랜드 전략은 결코 소홀히할 문제가 아니다. 

특히 올해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와 비교해 기존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올드해보이고 권위적인 느낌을 준다. 비대면채널에선 보다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점에서 브랜드의 친숙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모바일은행 브랜드에서 역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위비뱅크'다.
 
위비뱅크에서 'Wi'는 우리인터넷(Woori Internet)의 이니셜이다. 여기에 꿀벌(bee)의 이미지와 결합했다. 사실 '위비 뱅크'에는 출시 당시 심오하거나 특별한 의미가 담기지는 않았다. IBM의 이니셜이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인 것 처럼, 알고보면 제품의 기능을 나열한 것이다.

귀엽고, 부지런한 꿀벌의 이미지에서 느껴지듯 위비뱅크는 '소액 결제시대에 합리적 금융 소비자를 위한 모바일 뱅킹서비스' 를 겨냥했다.
 
그러나 2년여의 시간이 지나면서 '위비뱅크'의 이름은 그 무게감이 예상했던 것 훨씬 이상으로 커져버린듯 하다. 

이미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 통합 멤버십 서비스 ‘위비멤버스’, 모바일 오픈마켓 ‘위비마켓’까지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여신, 수신, 환전 등 금융서비스의 거의 모든 영역을 커버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를 결합한 진화된 금융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또한 브랜드의 글로벌화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위비' 브랜드를 앞세운 현지화 공략으로 전환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글로벌 디지털뱅킹 추진을 위해 해외 비대면 전담 마케팅 그룹인 ‘글로벌 위비 파이오니어(Global WiBee Pioneer)’를 출범시켰다.
 
'위비 뱅크'는 이제 우리은행의 핵심 브랜드로 교체되고 있는 느낌이다. 실제로 지난 22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우리은행의 하반기 주요 경영 전략회의에서도 '위비 플랫폼'은 빠지지 않았다. 우리은행측은 이날 ▲우량고객 확보 및 우량자산 증대, ▲저비용성예금 증대 ▲위비플랫폼 활성화 ▲직원역량 강화 등을 올해 하반기 8대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알고보면, 우리은행은 브랜드에 있어서는 이런 저런 사연이 많은 은행이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으로 출범한 '한빛은행'은 2002년5월, '우리은행'으로 행명을 변경했다. 인칭대명사인 '우리'를 독점하는데 따른 혼선때문에 이 명칭을 놓고 다른 은행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결국 금융 당국으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은행' 명칭은 논란이다. 지난 2005년, 국민은행 등 8개 은행이 우리은행이 ‘우리’라는 단어를 고유명사화해 독점 사용하는데 따른 불편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법정 공방의 불씨가 남아 있다. 다른 은행들은 내부적으로, 혹은 고객과의 대화에서 혼선을 피하기위해 우리은행을 여전히 '워리'로 부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위비뱅크'가 디지털시대로 넘어 가면서 기존의 '우리은행'을 사실상 대체하게 된다면 그것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얘기가 나온 김에 국내 은행들의 명칭을 살펴보자. 사물의 명칭에는 시대적 함의가 존재한다. 은행도 예외일 수 없다.
 
◆이름이 곧 기능과 역할이었던 은행 = 우리 나라 근대 은행의 역사는 일제시대 이전부터 시작된다.
 
1897년2월, 조흥은행의 전신인 한성은행(漢城銀行)이 종로에 설립된 것이 최초의 은행이다.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1943년 10월 한성은행과 동일은행이 합병해 조흥은행이 설립되면서 60여년간 산업화 시대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1990년 7월, 명동지점에 국내 최초의 ATM를 설치했다.
 
IMF 외환위기 격랑속에서 조흥은행은 1999년 4월 충북은행과 합병, 1999년 9월 강원은행과 합병, 그리고 2003년 9월 신한금융지주회사 계열 편입된 이후 2006년 4월1일 신한은행에 합병됨으로써 역사속에서 사라졌다. 물론 현재 서류상으로 신한은행의 존속 법인은 조흥은행이다.

우리은행은 1899년1월, 구한말 고종 황제가 자본금 지원해 대한천일은행(大韓天一銀行)이 그 시초다. 1907년 국채보상운동을 벌이는 등 민족자본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가 시작된 1911년 1월, 조선상업은행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그 당시 부터 서울시금고의 역할을 담당했다. 1950년 한국상업은행로 명칭을 바꾸었다.
 
그러나 1997년 IMF 사태로 부실화되면서 정부(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로 바뀌었고 역시 부실화된 한일은행(韓一銀行) 합병, 1999년 1월 한빛은행으로 상호가 변경됐다. 이후 한빛은행은 평화은행 인수 후 2002년 5월에 현재의 우리은행으로 상호를 바꿨다. 은행의 존속 법인은 한국상업은행이다.
 
일제 강점기인 1918년, 조선총독부가 당시 6개 은행을 통합해 출범시킨 조선식산은행(朝鮮殖産銀行 ). 이 은행의 명칭만 보더라도 당시 이 은행의 설립 목적이 식민지 수탈에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가 끝난 1954년, 이 은행은 한국산업은행으로 개칭되고, 1960~80년대 우리 나라의 산업화 시대를 이끌게 된다.
 
우리 나라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던 1970년대 산업화 시절에는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장기신용은행, 신탁은행, 외환은행, 주택은행, 국민은행 등 특수은행(국책은행)의 이름들이 등장한다. 무엇보다 은행 명칭에서 그 역할과 기능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합병 등으로 그 시대적 소명으로 다하고 사라졌고, 아직 역할이 남아있는 은행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아직 남아있는 일부 국책 은행들의 민영화 논의는 단순히 기능의 재편을 넘어서 시대적 역할을 재정의 한다는 엄중함을 가진다. 물론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결합으로 탄생한 국민은행은 이후 KB금융지주회사로 재편과정을 거쳤고, 현재 KB금융지주의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시중 은행이다.
 
한편 경기. 대구, 부산, 경남, 충청, 충북, 광주, 전북, 제주, 동남, 대동, 강원은행 등 지방은행의 명칭에도 물론 그 역할과 비즈니스 영역이 제시돼있다. 그리고 1980년대에 등장하기 시작한 후발은행인 신한, 하나, 보람, 평화, 동화 등의 브랜드에는 또 다른 시대적 함의가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디지털시대, 과거의 영욕을 뒤로하고 다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
 
TV드라마 '응팔'에서 덕선이 아버지가 은행 구조조정 때문에 강제로 명예퇴직을 당해야 했던 IMF 시절은 아니다. 이제는 금융 업종을 불문하고 자발적인 점포 폐쇄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핀테크로 인해 클라우드 펀딩, P2P와 같은 과거에 상상할 수 없었던 기법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제는 은행의 역할 자체가 새롭게 정립돼야할 시점이다.
 
'더 이상 은행은 존재하지 않는다. 은행서비스만 존재할 뿐이다'라는 섬뜩한 예측, 어쩌면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은행 브랜드의 변화에서 어느 정도 그 방향성을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