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다시피 2013년은  국내 IT서비스 대기업들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SW산업진흥법 때문입니다.


공공IT시장에서 대기업 IT서비스업체들의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그들이 일시에 빠져나간 2013년 IT시장은 분명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대기업 IT서비스업체들이 공공IT 사업에 쏟아던 역량을 어디로 돌리느냐에 따라  국내 IT시장 전체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됩니다.

 

이미 여타 대기업계열 IT서비스업체들은 지난해 IT유통을 새사업에 포함시키거나 IT와는 크게 상관없는 사업을 신사업에 추가시키는 등 공공 시장에서의 공백을 메우려 애쓰는 모습입니다.

 

그런 점에서 올해 IT서비스 빅3의 조직개편은 예년과는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SK C&C를 마지막으로 2013년 국내 IT서비스 빅3의 조직개편및 임원 인사가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약 2개월 전 LG CNS와 삼성SDS는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세 회사 모두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의 키워드로 ‘글로벌’(Global)과 ‘신사업 창출’을 꼽았습니다.  

 

◆2013년과  IT서비스 빅3 = 공공시장에 진입을 제지당한만큼 대기업 IT서비스업체들이 민간 시장에서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게되면 시장의 질은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없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빅3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선언했습니다. 국내 IT시장에서 손실을 만회하기 보다는 큰 시장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진정성의 문제이겠지만 허언은 아닌 것으로 평가됩니다. 글로벌시장 공략을 위한 회사내 조직 지원 체계가 이전과 비교해 강력해졌습니다.

 

SK C&C 경우, 이번에 해외사업 조직을 강화하면서 조직체계 일원화시켰습니다. 즉 해외사업부서내에 영업및 지원조직, 국가별 전담조직을 모두 포괄해 두었습니다.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폭넓은 재량권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삼성SDS는 지난 2010년, IBM 출신의 고순동 대표가 사장에 선임될때부터 이미 글로벌 시장 공략의 고삐를 바짝 잡아 당기고 있었습니다. 지난 인사에선 해외법인및 자회사의 경영관리 혁신을 맡아왔던 삼성전자 출신의 박경정 부사장을 승진시켰습니다.  

 

LG CNS도 2013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재성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습니다. 이상무는 중국 IT사업의 기반을 구축했고, 디지털 마케팅 등 고객과 동반성장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개척해 온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LG CNS는 비전2020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해외시장 매출을 50%이상 확대하겠다는 목표치를 일찌감치 제시한 바 있습니다.

 

또 하나의 키워드 ‘신사업’  = 신사업과 관련 IT서비스 빅3는 전통적인 IT시장에서의 경쟁보다는 IT이외의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데 주력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보입니다.


SK C&C는 대표적인 신사업의 성공사례로 '엔카'를 꼽고 있습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중고차' 비즈니스를 온라인을 통해 활성화시켰고, 매출과 수익이 눈에띠게 증가되면서 회사 내부적으로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LG CNS 역시 신사업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합니다. 특히 선제안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도 풍부합니다. 지난해 인사에서 해외 대형 태양광 사업 유치 등의 성과를 창출한 김지섭 부장 등 6명을 신규 임원으로 선임한 바 있습니다. 


삼성SDS는 ICT분야를 중심으로 한 신사업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삼성네트웍스와의 합병 이후 융합(Convergence)형 사업 강화 기조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빅3의 선택, 과연 박수받을만 한가?= 그러나 한편으론 이같은 IT서비스 빅3의 행보가 과연 바람직한 시대적 역할인가 하는 데 있어서는 견해가 엇갈립니다.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습니다.


비판론자들은 무엇보다 IT서비스 빅3가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외형 성장주의’ 전략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몇년간 IT업계를 들썩이게했던 애플의 성공적인 혁신은 결코 외형의 문제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외형을 따지는 것은 나도 모르게 과거의 가치에 얽매이고 있다는 의미일수도 있습니다.  


기업이기때문에 성장과 이윤 창출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우리 나라 IT서비스 빅3를 포함한 대기업 IT업체들은  이제 ‘더 IT적인 것’,  ‘더 혁신적인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요지입니다.  그러고 보니 IT서비스업계에선 어느샌가 ‘선택과 집중’이란 말도 사라진 듯 합니다.

 

시장에서 요구하고 있는 대기업 IT서비스업체의 역할론을 대충 나열해보면 ▲ IT생태계를 보호하고, ▲SW개발에 더 역량을 쏟아야하며 ▲ R&D 투자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야하고 ▲ IT개발자를 육성해야하고 ▲ 혁신적인 IT융합 플랫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 등등 입니다. 익히 많이 들어왔던 내용입니다.


또한 해외시장에서 매출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IT와 크게 연관이 없는 사업에까지 발을 넓혀 매출을 올리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입니다.


더구나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이 매우 취약한 상황에선 글로벌 IT시장에서의 매출 확대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여타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이 지난 몇년간 새로 시작한 '신사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IT융합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보다는  IT사업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사업도 적지 않습니다. 마치 한정식집에 패스트푸드 메뉴가 올려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IT서비스 대기업들도 할 말(?)은 많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두고 두고 얘기하는 것이 SW산업진흥법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무거운 짐이 된 SW산업진흥법 = IT양극화를 해소하기위한 측면에서 SW산업진흥법의 개정 취지는 그들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감안하지 않고 ‘출구전략’도 없이 공공 IT시장에서 나가라고 한 것이 결국 이같은 상황을 만들어 낸 것” 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SW산업진흥법이 합리적인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못한채 경제민주화 여론에 떠밀려 실행에 옮겨졌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여론은 대기업 IT서비스업체들에게 ‘사업을 넓히지 말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IT에 더욱 집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매출에 급급해 이제는 IT서비스 외적인 사업에까지 눈을 돌린다고 타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기업 IT서비스업체들이 가장 자신있어하고, 글로벌 시장에 나가서도 경쟁력을 인정받는 것들 중 하나가 다름 아닌 ‘공공 IT’입니다. 

 

가장 잘하는 것을 못하게 해놓고 무조건 나가서 잘하라고 다그치는 모습. 논리적으로 역설적인게 사실입니다.

 

런 점 때문에 SW산업진흥법은 IT업계에 무거운 짐이 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2013년 국내 IT서비스업계의 조직개편이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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