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인증(Certification)과 검증(Verification/Validation)이 혼용돼 쓰이고 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디서는 ‘인증을 받았다’고 쓰고, 다른 곳에서는 ‘검증을 받았다’라고 쓴다. 하지만 두 단어의 뜻은 다르다.

먼저 ‘인증’은 정해진 업계 규격에 따라 테스트, 평가를 하는 것을 뜻한다. 규격에 부합하는 경우 인증이 부여된다. 반대로 검증은 업계 규격이 따로 없다. 즉, 표준이 없다는 뜻이다. 제조사의 주장에 대해 합의된 검증 절차에 따라 테스트, 평가한다. 제조사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확인되면 검증이 부여된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인증은 정립돼 있는 산업 규격에 해당 제품의 성능이나 안정성이 부합되는 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즉, 업계 전반이나 국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격을 기준으로 해당 제품이 이를 만족하는지를 평가한다. 따라서 동일 제품에 대해 동일한 테스트 기준이 적용된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평가한 후, 기준에 맞는 제품은 인증 및 인증 마크를 받을 수 있다. 국제 표준인 ISO나, 국내 표준인 KS, GS 표준 등이 인증제도에 포함된다.

최근 발표된 HDMI 케이블 인증제가 ‘인증’의 적절한 사례가 될 수 있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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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HDMI 라이선싱 유한회사(HDMI Licence LLC)는 HDMI 2.0을 지원하는 케이블에 대한 인증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HDMI는 고선명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High Definition Multimedia Interface)의 약자로 음성과 영상을 하나로 통합한 단자를 뜻한다. 주로 TV, PC, 콘솔, 셋톱박스와 같은 제품에 사용된다.

HDMI 2.0은 초고화질(UHD) 콘텐츠를 감상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다.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 외부 TV로 UHD 콘텐츠를 전송하기 위한 대역폭을 보장해준다. HDMI 라이선싱이 HDMI 케이블 인증제를 시작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혼란때문이다. HDMI 2.0에 대한 지원여부가 명확하지 않고, 불량률도 높아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HDMI 라이선싱은 UHD 출력에 필요한 18Gbps 대역폭이 제대로 구현되는지를 테스트하고, 이를 통과한 제품에 대해 ‘인증 라벨’을 부여하기로 했다.

여기서 보면 알 수 있듯이 국제 표준인 ‘HDMI 2.0’의 규격을 만족할 수 있어야 ‘인증’을 부여한다고 돼 있다. 표준이 정해져있는 제품이므로 ‘인증’이란 단어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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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검증’은 제조사가 주장하는 제품의 속성이 타당한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제조사들이 자사 제품에 대해 주장하는 성능이나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테스트 기준이나 범위는 제조사와 시험 기관이 합의해 결정합니다. 제조사들이 제3자 기관을 통한 ‘검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제조사들이 소비자에게 부각하고 싶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장점을 제3자 기관으로부터 검증 받아, 보다 객관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TV업계에서 논란이 됐던 4K TV의 ‘검증’이 여기에 해당된다. 현재 4K 디스플레이에 대한 정의는 내려져 있으나 모호한 상태다. 부분화소가 4000여개에 달한다면 4K로 볼 수 있다고 정의돼 있으나 4000여개의 부분화소가 모두 색을 낼 수 있어야한다는 내용은 없다.

삼성전자가 LG전자의 RGBW(적녹청백) 패널 TV가 4K TV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4K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LG전자가 선택한 것이 평가기관들로부터의 ‘검증’이다. LG전자는 국제 인증기관인 UL, 인터텍, TUV 라인란트로부터 4K TV에 대한 ‘검증’을 받았다. 인증이란 말을 쓰지 않는 이유는 아직 4K에 대한 명확한 규격이 나오지 않아서다. 규격도 없는데 ‘인증’이란 단어를 쓸 수는 없다.

물론 인증과 검증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갖는다. 아직까지 표준이나 규격이 없는 제품도 검증을 통해 보다 완벽하고 소비자를 위한 제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다만 인증과 검증이 다르다는 것은 알아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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